원자력은 경제성의 우위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이며 밀도가 높고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 처분과 같은 난제가 있어 각국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처분방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공론화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과거 여러 정권은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공론화의 민감성 때문에 제대로 정책을 세워보지도 못하고 임기를 넘겨왔다. 마침 현 정권은 이의 해결에 적극성을 가진 것 같아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언제나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If you think late, it's earliest)”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정책수립이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해 결정하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연료의 사용 및 처리에 관해 1974년 개정된 한ㆍ미원자력협정에서 규제하고 있다. 2013년 시한으로 수차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양국 간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향후 2년간은 현 상태로 물리적으로 연장해 재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적극적인 조속 타결을 한다는 관점에서 원론적인 면만 논의된 상황이다. 그러나 양국의 쟁점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라 우리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을 지는 극히 미지수다.
한ㆍ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의 가장 큰 쟁점은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과 핵연료의 농축공정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동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 없이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한 이래 경제개발에 따른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값싼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왔다. 현재 23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며 이로 인해 매년 약 690t 정도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고, 현재 저장고 수용시설의 약 70%가 쌓여 있어 조밀 저장을 한다하더라도 2023~2024년이면 포화 될 예정이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연료의 재활용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우라늄농축 공정은 우리의 핵연료 자율공급을 위해 필요하다. 사용 후 핵연료관리에 대해 국한해 설명하면 이를 폐기물로 폐기하지 않고 잔존 가치를 에너지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과 일본이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함께 혼합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폐기물도 줄어들어 바람직한 절차로 평가받고 있지만, 플루토늄 추출은 핵무기의 연료로 전용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미국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ㆍ미원자력협정 합의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관점에서 국내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우선 멀지 않은 시점에 포화가 될 사용 후 핵연료 저장용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용 후 핵연료관리 국가정책이 정해지기 전까지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 시설이 당초 경주에 유치되어 완성단계로 가고 있는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과 같은 장소에 추진되다 문민정부 때에 분리돼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만 경주에 유치공모를 통해 확정, 이제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사용 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은 별도로 추진한다는 조건에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관리대책을 140개의 국정과제에 포함했으며 최근 원자력진흥위원회는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쳐 적어도 2015년까지는 중간저장시설의 부지선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공론화를 조속히 거치면서 중간저장시설의 건설계획이 마련돼야 하고 미국과는 한국의 원전의 자율적이고 안정적 건설 운영을 위해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한미원자력협정이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주장이 완전히 관철되기는 힘들겠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국 간에 윈윈전략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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