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대전닥트 이재갑 대표가 아연도금 함석으로 제작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
▲대전역을 떠나 오정동으로=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대전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철물점 같은 공구상가 수십 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교차로를 몇 개를 지나도록 길가에 공구상가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곳이 특화된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 SJ종합상사 이상명 대표가 기계요소 부품을 확인하고 있다. |
당시 오정동은 논과 밭이 남아 있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고 대전역에 닿는 오정로 역시 왕복 2차선만 포장돼 있었을 뿐 나머지 왕복 4개 차선 너비의 도로는 여전히 흙길로 남아 있었다.
대전역 앞 인동에 공구상가가 집단을 이루고 있었으나, 교통이 복잡해지고 전세가 오르며 새로운 상가가 필요했다.
대전역 인동을 하나둘씩 떠난 공구 상인들은 대전의 중심권에서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았고 그곳이 지금의 오정동 오정로 일대였다.
▲ 오정동 공산품 특화거리에 공구상가에 진열품. |
몇몇 볼트상가가 모여 있던 곳에 관련 공구상가가 하나둘씩 들어섰고 1990년대 중ㆍ후반 건설경기 호황을 맞아 공구거리의 규모는 팽창했다.
▲1.2㎞ 구간에 상가 400여개 밀집=대덕구 오정동 한남오거리에서 농수산오거리까지 1.2㎞ 구간에 모여 있는 공구거리는 400여개로 짐작된다. 대부분 건설용 기계류를 판매하는 공구상가이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안전용품과 식당의 환기시설, 전선류 등의 전문상가도 곳곳에 위치했다.
볼트와 너트뿐만 아니라 용접기·예초기·방진고무·분할핀·사각 키·앵글·기전차단기·바퀴·환풍닥트 등 무엇인가 제작하고 다시 수리하는 모든 제품이 준비돼 있다.
차량에 각종 공구를 싣고 영업하는 최 모씨(58)는 “오정동 특화거리를 한 바퀴 왕복하며 필요한 물건을 채우고서 논산이나 공주를 다니며 소매하고 있다”며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전문 공구와 부품이 있어 오정동 특화거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공구특화거리의 명성은 여전해 오정로 골목에 관련 업종으로 창업도 활발하다.
공구나 부품류를 취급하는 전문점을 개점하려면 지금까지 오정동 특화거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기계요소 부품 전문 취급점 SJ종합상사 이상명 대표는 “대화동과 함께 오정동이 중부권에서는 공구특화거리로 유명하고 다양한 제품군 덕에 충북에서도 이곳까지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특화거리를 찾는 이들도 다양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배달용 손수레를 찾는 식당 운영자, 고장 난 전기제품을 수리하는 기술자까지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문화와 규격화는 필수=20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오정동 공산품특화거리에도 밝고 어두운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감지된다.
수천 가지 제품이 있는 공구에 가격정찰제가 오정동에서 먼저 도입되고 있다.
제품의 종류다 다양한만큼 이를 규격화해서 가격을 표시한다는 게 쉽지 않다. 제품군에 맞게 바코드를 수천 개 만들어야 하고 이름과 용도를 정확히 익혀야 한다.
번영테크툴 김영재 대표는 “공구에 가격정찰제를 도입하는데 4~5년이 걸릴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소비자들이 적정한 가격을 스스로 판단해 구매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공산품특화거리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철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나 전기조명처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상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대전닥트 이재갑 대표이사는 “서구 월평동에서 환기시설 사업을 시작해 규모를 확장할 부지를 생각했을 때 관련 상가와 소비자가 모이는 오정동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며 오정동으로 확장 이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공구와 부품 업종이 건설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 지금의 경기침체가 특화거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점포를 내놓은 공구상가가 4~5곳에 이르며, 건설사 한 곳이 무너질 때마다 특화거리에 공구상인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특화거리 일대에 건물 임대료가 자꾸 오르는 점도 상권 약화에 원인이 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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