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특화거리를 가다]자동차 볼트서 건설기계까지 多있는 '공구상가 1번지'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자동차 볼트서 건설기계까지 多있는 '공구상가 1번지'

한남~농수산오거리 1.2㎞에 상가 400여개 밀집 제품 다양성·전문성 모두 갖춘 대표 특화거리 명성

  • 승인 2013-07-22 21:45
  • 신문게재 2013-07-24 1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4. 대덕구 오정동 공산품특화거리

▲  (주)대전닥트 이재갑 대표가 아연도금 함석으로 제작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 (주)대전닥트 이재갑 대표가 아연도금 함석으로 제작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대전역을 떠나 오정동으로=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대전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철물점 같은 공구상가 수십 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교차로를 몇 개를 지나도록 길가에 공구상가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곳이 특화된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 SJ종합상사 이상명 대표가 기계요소 부품을 확인하고 있다.
▲ SJ종합상사 이상명 대표가 기계요소 부품을 확인하고 있다.
공구와 부품, 전기제품들이 모여 있는 오정동 공산품특화거리는 1990년대 초반 대전역에서 몇몇 상가가 이곳으로 옮겨와 시작됐다.

당시 오정동은 논과 밭이 남아 있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고 대전역에 닿는 오정로 역시 왕복 2차선만 포장돼 있었을 뿐 나머지 왕복 4개 차선 너비의 도로는 여전히 흙길로 남아 있었다.

대전역 앞 인동에 공구상가가 집단을 이루고 있었으나, 교통이 복잡해지고 전세가 오르며 새로운 상가가 필요했다.

대전역 인동을 하나둘씩 떠난 공구 상인들은 대전의 중심권에서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았고 그곳이 지금의 오정동 오정로 일대였다.

▲   오정동 공산품 특화거리에 공구상가에 진열품.
▲ 오정동 공산품 특화거리에 공구상가에 진열품.
1992년 오정동에 자리잡은 대운볼트 백운희 대표는 “논과 밭이었던 곳에 작은 건물을 세워 볼트를 팔던 거리가 그동안 비슷한 업종이 모여 특화거리가 됐다”며 “당시는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이었고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아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수리를 위해 볼트를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몇몇 볼트상가가 모여 있던 곳에 관련 공구상가가 하나둘씩 들어섰고 1990년대 중ㆍ후반 건설경기 호황을 맞아 공구거리의 규모는 팽창했다.

▲1.2㎞ 구간에 상가 400여개 밀집=대덕구 오정동 한남오거리에서 농수산오거리까지 1.2㎞ 구간에 모여 있는 공구거리는 400여개로 짐작된다. 대부분 건설용 기계류를 판매하는 공구상가이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안전용품과 식당의 환기시설, 전선류 등의 전문상가도 곳곳에 위치했다.

볼트와 너트뿐만 아니라 용접기·예초기·방진고무·분할핀·사각 키·앵글·기전차단기·바퀴·환풍닥트 등 무엇인가 제작하고 다시 수리하는 모든 제품이 준비돼 있다.

차량에 각종 공구를 싣고 영업하는 최 모씨(58)는 “오정동 특화거리를 한 바퀴 왕복하며 필요한 물건을 채우고서 논산이나 공주를 다니며 소매하고 있다”며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전문 공구와 부품이 있어 오정동 특화거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공구특화거리의 명성은 여전해 오정로 골목에 관련 업종으로 창업도 활발하다.

공구나 부품류를 취급하는 전문점을 개점하려면 지금까지 오정동 특화거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기계요소 부품 전문 취급점 SJ종합상사 이상명 대표는 “대화동과 함께 오정동이 중부권에서는 공구특화거리로 유명하고 다양한 제품군 덕에 충북에서도 이곳까지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특화거리를 찾는 이들도 다양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배달용 손수레를 찾는 식당 운영자, 고장 난 전기제품을 수리하는 기술자까지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전문화와 규격화는 필수=20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오정동 공산품특화거리에도 밝고 어두운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감지된다.

수천 가지 제품이 있는 공구에 가격정찰제가 오정동에서 먼저 도입되고 있다.

제품의 종류다 다양한만큼 이를 규격화해서 가격을 표시한다는 게 쉽지 않다. 제품군에 맞게 바코드를 수천 개 만들어야 하고 이름과 용도를 정확히 익혀야 한다.

번영테크툴 김영재 대표는 “공구에 가격정찰제를 도입하는데 4~5년이 걸릴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소비자들이 적정한 가격을 스스로 판단해 구매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공산품특화거리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철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나 전기조명처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상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대전닥트 이재갑 대표이사는 “서구 월평동에서 환기시설 사업을 시작해 규모를 확장할 부지를 생각했을 때 관련 상가와 소비자가 모이는 오정동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며 오정동으로 확장 이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공구와 부품 업종이 건설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 지금의 경기침체가 특화거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점포를 내놓은 공구상가가 4~5곳에 이르며, 건설사 한 곳이 무너질 때마다 특화거리에 공구상인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특화거리 일대에 건물 임대료가 자꾸 오르는 점도 상권 약화에 원인이 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