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행복한' 봉사 위한 '조용한' 리더십

[중도초대석]'행복한' 봉사 위한 '조용한' 리더십

8남 3녀중 막내로 태어나 '눈치9단'… '역지사지' 마음가짐 자수성가 원동력 오래된 '지구회관' 환경개선 주력, 위상 격상ㆍ우수회원 영입 힘쓸 것

  • 승인 2013-07-22 21:40
  • 신문게재 2013-07-24 11면
  •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
●2500여 대전라이온 수장-강도묵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대전)지구 신임총재

4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얼굴을 모르고 자랐다. 홀로된 어머니는 8남3녀 11명의 자녀를 키우기 위해 고생이 많으셨다. 15원의 교통비를 아끼려고 대전에서 공주까지 비포장길을 오가셨던 어머니. 그 모습을 보며 자란 8남3녀의 막내는 또래보다 일찍 철들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들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막내로 커서 눈치가 9단”이라고 우스개 소리처럼 이야기하지만 '막내로서의 눈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봉사의 마음으로 자라났고, 국제라이온스협회(이하 라이온스) 활동은 '지역봉사'를 위한 훌륭한 '멍석'이 되어 주었다. 지난 18일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기산엔지니어링 회장실에서 라이온스 356-B(대전)지구 신임 총재인 강도묵(54) 회장을 만나 라이온스 총재에 취임하기까지 그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강도묵 신임 총재는 인터뷰 다음날인 19일 오전 11시 유성구 도룡동 ICC호텔 3층 컨벤션홀에서 제36대 황인방 이임총재의 뒤를 이어 제37대 총재(2013~2014)로 취임했다. <편집자 주>

▲ 사진=손인중 기자 dlswnd98@
▲ 사진=손인중 기자 dlswnd98@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취임식을 보셨으면 매우 대견하게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8남3녀를 키우느라 어머니께서 고생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93세 되시던 2004년에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저 세상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막내까지 다 결혼시키고 왔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대학졸업하던 해 5월5일에 결혼식을 올린 것도 어머니의 뜻 때문이었으니까요.(웃음) 당시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빨리 결혼시켜야 한다'며 패물까지 미리 사놓으셨을 정도였습니다.”

-11남매의 막내로 자랐으니 귀여움도 많이 받으셨겠네요.

“제 고향인 공주군 정안면에서 자라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대전으로 전학와서 형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어머니는 공주에 계시고 저는 대전에서 공부하고 형들과 형수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눈치가 9단이죠(하하하). 방학 때면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건설현장 일용직)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동기술공사에서 시작해 기산 엔지니어링이라는 탄탄한 기업을 일구셨는데요. 사업으로 자수성가를 하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평소 마음에 새기는 좌우명 같은게 있는지요.

“늘 제 마음에 새기는 말이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남과 처지를 바꾸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가운데 상대에게 더 다가가고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부터 대학에서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경영학을 강의중인데 학생들에게 '조직행동론'을 강의할 때 강조하는 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야 그 사람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목 엔지니어 출신인 제가 직접 현장에 나갔을 때도 지적할 부분을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게 고치게 하는 '껌 한통'의 요령이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껌을 하나씩 나눠주며 “나를 씹는다는 마음으로 껌을 씹으며 일하라”고 말하면 현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일을 진행하기도 수월해졌죠. 사람과 사람사이에 제일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의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역지사지'와 '배려'의 마음이 지역민을 위한 봉사로도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라이온스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1995년도 중도라이언스클럽에 첫 가입했습니다. 당시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는데 '지역사회 봉사'를 사명으로 하는 '라이온스'의 활동이 매우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라이온스' 활동을 꾸준히 하다보니 356-B 대전지구 총재라는 막중한 역할까지 맡게 돼서 심적 부담이 너무도 큽니다.”

-대전지역 라이온스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요?

“올해 대전지구의 운영 주제는 '행복한 봉사'로 정했습니다. 묵묵히 봉사하는 각 클럽 회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우리고장 곳곳 라이온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진심어린 사랑으로 참봉사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봉사하면 행복해지는데, 보여주는 봉사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조용히 하는 참봉사를 실현해야 진정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온스의 위상 격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회원 대상 연수교육도 자주 하고 지역 각 기관, 단체와의 유대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은지 오래된 '지구회관'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대전지역 라이온 회원 수는 6월30일 현재 2541명인데 올해는 회원 증강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3000명 이상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지구내 신생클럽 확장과 양질의 우수회원 영입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입니다.”

-내포신도시 시대에 따라 356-B지구가 지난해 대전과 충남으로 분구되면서 그로 인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지난해 대전지구와 충남지구가 분구된 이후로 클럽과 지구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내외적인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라이온의 잠재된 저력을 하나로 모으고 지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합니다.

저는 우리 356-B지구 라이온 가족 여러분의 봉사 의지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제가 해야될 일은 라이온 가족이 봉사의 꿈과 소망을 보다 보람차게 실천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라이온스 총재 외에도 평송장학회 회장,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대전경실련 공동대표, 국제합창페스티벌 추진위원장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데,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부족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밤 10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는 편인데 저희집 현관문에는 요즘 많이 쓰는 '번호키'대신 열쇠로 여는 자물쇠가 달려있습니다. 번호키를 설치하면 아이들이 번호 툭툭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데, 저는 아이들이 집에 올 때는 가족이 문을 열어주고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인 제 아내보다도 아버지인 제가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우리 아들, 왔어? 아들 왔으니 아버지는 이제 그만 자야겠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집에 늦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절로 가정교육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아드님과 목욕탕에도 자주 가신다구요?

“1남1녀(서강대 졸업후 강북삼성병원 연구원인 딸과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중인 아들)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입니다. 특히 아들과는 목욕탕에 함께 가면 대화도 잘 되고 더 친밀해집니다. 25살인 아들은 요즘도 집에 오면 함께 목욕탕에 가자고 먼저 제안합니다. 아이들과는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아이에게 성적이 오르면 선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하면 그걸 꼭 지켰지요. 회사운영에서도 '믿음'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던 해, 사업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5년째인데 그동안 직원들 월급날이 휴일이면 하루 앞당겨서 주는 한이 있어도 밀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가정도, 사업도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 총재님의 리더십은 '조용한 리더십', '겸손한 리더십'이라는 주위의 평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같은 카리스마'가 있다고 하던데요.

“제가 평소에 양복을 맞춰입고 있는데 25년 이상 한집에서만 계속 맞춰입었습니다. 이제는 천만 골라주면 가봉 없이도 맞출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도, 일도 한번 인연을 맺으면 꾸준히, 어느 일이든 맡으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는 조용해도 한번 일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라이온스와 지역사회를 위해 '뜨겁게' 봉사하고 싶습니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

●강도묵 총재는…

1959년 공주 정안면 출생. 충남대 지역환경 토목공학과 졸업. 배재대 국제통상대학원 무역학석사, 배재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평송장학회 회장,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대전경실련 공동대표, 충남도인재육성재단 이사, 대전지방고등검찰청 항고심사위원회 위원, 대전시ㆍ충남도 노사민정협의회 위원, 대전개발위원회 수석부회장, 대전 서구청 건축심의위원회 위원, 충남대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충남도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 국제합창페스티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바르게살기운동대전시협의회 부회장으로서 봉사활동에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했고,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국토해양부장관 표창, 행정자치부장관 감사장, 검찰총장 표창, 대전시장 표창, 대전시교육감 표창, 충남도지사 공로패, 대전개발대상(지역개발부문), 아름다운 사람상(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라이온스는?

공식명칭은 '라이온스클럽 국제협회'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Lions Clubs]) 또는 간단히 '국제라이온스협회'라고 칭한다. 미국의 사업가 멜빈 존스의 제안으로 1917년 댈러스에서 조직된 민간 국제봉사단체다.
라이온스(Lions)라는 이름은 'Liberty, Intelligence, Our Nation's Safety'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엔(UN)이 인정한, 유일한 NGO단체로 공동체 복지사업, 맹인에 대한 지원, 국제연합(UN)에 대한 인식과 지지를 높이는 활동을 한다.
207개국에서 135만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1959년 서울에서 처음 라이온스 클럽이 만들어졌다. 이후 4개의 복합지구로 단위 클럽이 조직되었다가, 1984년 다시 사단법인 국제 라이온스 협회 309 복합지구의 1개 복합지구로 재조직됐다. 전국 1211개 단위 클럽에 5만 2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고 대전지역에는 93개 클럽, 25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라이온스클럽은 각 클럽이 속해있는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를 목적으로 하며 ▲건전한 국가관과 시민의식 고취 ▲지역사회의 생활개선, 사회복지, 공덕심 함양에 적극적인 관심 ▲우의와 협력 그리고 상호 이해로 클럽간의 유대 강화 ▲정당과 종교 문제를 제외한 일반인의 관심사인 모든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의 장 마련 ▲지역사회의 숨은 자원봉사인을 격려하며, 각 분야의 효율 제고와 도덕심 향상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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