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NLL 대화록 논란으로 정치권의 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또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태안 사설 해병대 체험 캠프 고교생 사망사고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사고가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그것도 한 사건이 이슈화될 무렵이면 또 다른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지면서 앞선 사건은 기억에서 멀어지는 밀어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태안 사설 해병대 체험 캠프 사망사고는 우리 주변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또 한번 상기시킨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안전불감증. 안전불감증이란 안전에 대해 주의하지 않는 증세, 즉 설마 어떻게 되겠느냐는 식의 생각이다.
이번 태안 사설 해병대 체험캠프 사고 역시 돈벌이에 눈먼 운영업체의 안일한 안전의식에서 비롯됐다.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이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소위 '나만 아니면 돼'식의 안일한 운영이 엄청난 화를 부른 것이다.
학교 측은 체험캠프 용역계약 당사자인 안면도 해양 유스호스텔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해경에 고발했다.
하지만 학교 측도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업체에 비용을 내고 학생들을 맡겼다지만, 캠프가 끝날 때까지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고 발생 시점에 학교 관계자들의 술자리 의혹이다. 처음에는 술자리가 아니라고 부인했다가, 나중에는 건배 제의만 했고, 또 이후에는 술잔에 입만 댔다는 등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식의 안일한 대처가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고 그때야 후회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천재지변 등 인간의 힘으로 막기 어려운 자연재해는 그렇다 쳐도 예방할 수 있고, 발생하지 않아도 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99%는 안전하고 1%만 위험하더라도 위험성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그 1%가 바로 '나', '우리', '주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99% 안전하니까 별일이 있겠느냐는 인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의 위험성은 접어두고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끊이지 않는 안전불감증. 앞으로는 안전의식 결여로 인한 사건사고가 근절되고, 안전불감증이란 단어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이영록ㆍ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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