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교언]세종시는 출장 행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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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세종시는 출장 행정시?

[경제칼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13-07-22 13:55
  • 신문게재 2013-07-23 21면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전 세계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중앙행정기능의 지방 이전이다.

정치적 우여곡절 끝에 이전이 결정됐고, 준비가 미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및 연구기관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불편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없이 보도됐다.

가족의 생이별로 인해 나타나는 가정 위기, 거주지를 확보하지 못해 하루에 수백킬로미터를 통근하는 공무원 속출. 또한 지방 소도시의 생소한 환경으로 인해 의식주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도 어마어마한 노력이 드는 소모적 라이프스타일, 편의시설 및 문화시설의 부족으로 인한 여가생활 황폐화, 병원시설 부족으로 인한 건강 위협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그리고 심각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무원은 정말 대단할 정도로 잘 참고 견뎌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최근 '출장행정시'라는 이름으로 또 한 차례 세종시 공무원들이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총리와 장ㆍ차관이 세종시에 머무르지 않고 수도권 등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물론 세종시 이전이 근래 이루어져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근원적인 측면에서 이 주장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5100만명의 살림을 책임지는 중앙공무원에게, 12만명이 안 되는 세종시에서만 업무를 보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중앙부처는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세종시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어 있는 공무원을 이런 단편적 사실로 압박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잦은 출장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축소해야한다는 주장대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만 업무를 보게 된다면, 전국에서 모두 세종시로 가야하니 이로 인한 비용 및 비효율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는 결국 출장의 횟수가 아닌 업무 성격 등을 감안하여 판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음은 원격영상회의 등을 활용하여 출장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원칙적으로는 타당한 얘기다.

그러나 학계의 연구결과를 보면 일상적 업무 혹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이러한 수단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나, 고도의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경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경우에는 그 효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대면접촉이 계속해서 중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통신기술의 발달 초기에는 대면접촉이 사라지고 업무 및 공간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오히려 주요 의사결정 기능과 관련된 부문은 더 집적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 최근의 현상이다.

중앙정부의 경우 단순 기능보다는 새로운 정책발굴과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 관련 업무가 많으므로 당연히 대면접촉이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며, 이는 계속해서 그러할 것이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대면접촉을 통한 충분한 이해와 조율이, 부실한 정책으로 인한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단순히 출장 횟수가 많고 비용이 기존보다 늘어났다 해서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

얼마 전에 모 연구기관의 회의에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과거에는 신입연구원을 모집하는데 애로사항이 없었는데, 지방으로의 이전이 결정된 후에 우수 인재 선발이 너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공무원이 한 넋두리도 생각난다. 지금처럼 힘든 지방생활을 예상했다면 공무원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제는 이들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세심하게 배려를 해줘야 한다.

이들의 경쟁력이 저하되면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므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사기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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