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연령,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므로 육체적인 손상뿐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과 공포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고를 경험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 본 경우에도 올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뉴욕보건부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무역센터 건강등록소에 등록된 사람들 가운데 7만1437명이 2001년 발생한 9ㆍ11테러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는 시기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지 3개월내 증상이 시작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건 이후 몇 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보건당국은 사고원인 조사도 시급하겠지만 생존자들의 신체적 손상뿐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이 필요하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한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동안 고통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며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질환이므로 증상이 가벼운 경우는 발병초기에 적절한 약물 및 단기 정신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하여 불안과 우울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또한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물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다.
정신치료는 주로 인지치료, 행동치료, 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사용한다. 인지치료는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가르치고 돕는 치료법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이며, 행동치료는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 문제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 치료법으로,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시키고 그렇지 못한 행동들은 줄이며 부족한 행동을 가르쳐서,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은 정신적 외상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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