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사과정을 마친 A(28)씨는 “돈이 없어서 박사과정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며 “선배들한데 물어보니 박사과정은 등록금 이외 지도교수 생일부터 명절, 각종 모임과 행사, 연수, 답사 등 수시로 들어가는 돈이 많다고 돈 없으면 (박사과정을) 포기하라며 조언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의 지도교수 '수발'은 연중 멈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 대학원생의 자치기구 조차 없는데다, 있어도 학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수발문화'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C 대학원생은 “1년으로 따지면, 설 명절부터 시작돼 연말 송년회까지 지도교수의 뒷바라지를 한다. 개인여행 경비까지 걷어서 낼 정도다. 물론, 강요하지 않지만, 자발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도교수가 주관하거나, 관련 있는 공식 행사는 기본이며, 심지어 신입생 환영회에서도 선물은 신입생이 아니라 교수가 받는다.
또한 공식 행사 못지않게 일부 교수를 위한 부담도 만만치않다.
석사과정인 D대학원생은 “케이크 상자에 돈 봉투는 기본이다. 대학원생이 무슨 돈이 있느냐. 매번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한다.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하는 대학원에서조차 이런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인 대상 특수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일수록 '강의실 밖의 수발'이 잦아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적당히 학위를 따고 싶은 직장인의 헛된 욕구가 지도교수들에게는 좋은 '미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일부 공무원인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에게 수 천만원의 용역을 몰아주거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보이지 않은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한 대학원생은 토로했다.
대학원에 이른바 '수발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논문지도와 심사는 물론 지도학생의 진로, 즉 강사나 유학 등의 추천서 작성도 지도교수가 전담하고 있다.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학생들의 경우 지도교수에게 밉보이면 설사 학위를 받더라도 그 세계에 발을 붙일 수 없다.
석ㆍ박사 학위를 포함해서 학생의 현재와 미래가 지도교수에게 달려있는 구조이다 보니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총학생회가 있는 대학원은 2ㆍ3곳뿐이다. (교수와 대학원생이) 특수한 관계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우리 학과는 그런 문화가 사라졌지만 대학과 학과에 따라 180도 다르다"고 말했다. 국립대 박사과정의 한 대학원생은 "지성의 집단인 만큼? 외부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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