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0ⅹ620 /thrown porcelain, black glaze, cone 7. oxidation 3벌소성 / 2012 ) |
새로이 작품을 구상할 때면 습관처럼 오래된 작업노트를 꺼내어 든다. 벌써 20여 년 전이다. 노트의 첫 장에 잉크가 묻고 나중에 꼭 만들어 봐야지 하고 전시장에 놓여있는 도자기를 그려 넣은 것이….
이것저것 흥미로운 작품들을 열심히도 스케치 했었다. 미대에 진학한 후 첫 번째 들른 갤러리에서였다. 나를 지나가지 못하도록 발길을 잡은 작품은 우리나라의 단아한 백자도 우아한 청자도 아니었다.
미국의 유명한 현대 도예가가 만든 길쭉한 항아리 형태의 도자기였는데 대칭도 맞지 않고 다양한 색감이 서로 묘한 분위기를 내며 어우러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 때였을 것이다. 내 작품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 계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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