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해당 국가들의 정치ㆍ군사지도층은 제1차 세계대전 시절의 참호전 경험에 매몰된 나머지 선구자들의 식견을 외면해 버렸고, 결국 이들의 선견지명을 적극 수용한 독일의 전격전 앞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태평양에서는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통해 항공기가 해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입증해냈지만, 여전히 거함거포주의를 고집하던 당시 일본 해군 수뇌부들에 의해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는 미 해군에 대한 참담한 패배였다.
제1차 걸프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재래식 기계화전쟁수준에 머물러 있던 미군을 제2차 걸프전에서 정보화된 첨단군사력으로 탈바꿈시킨 국방변혁도 럼스펠드 당시 미국방장관의 지도력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처럼 군사혁신의 성패를 결정짓는데 있어서 최종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정치ㆍ군사 지도자들의 의지와 지원, 그리고 리더십이다. 아무리 군사력의 혁명적 발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인적ㆍ물적 조건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이들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군사혁신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과거 전쟁의 경험보다 미래의 전쟁양상 변화를 앞서 인식하고, 이를 적극 수용하기 위한 자국의 군사적 핵심역량을 식별해 그것을 지속적으로 강화ㆍ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조치를 실천에 옮기겠다는 정치적ㆍ정책적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한국군은 창군이래 북한에 의한 대규모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에 맞서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 왔다. 그 결과 국방부와 군은 병력 및 무기수량을 바탕으로 하는, 그리고 유사시 미국과의 연합전력 일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건설, 유지하는데 치중해 왔다. 이 때문에 군사혁신을 주도할만한 군 내부의 조직이나 기구는 대부분 잠정적인 연구기능이나 순환보직 형식으로 충원된 비전문적 장교들의 임시위원회로 운영되어 전문적인 군사혁신의 청사진을 수립하고 실천하는데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앞으로 10~15년 이상의 중ㆍ장기적 시점에서 한국군의 군사혁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현 시점의 군 수뇌부에 요구된다. 그것은 바로 현 국방부내 '군구조ㆍ국방운영개혁추진실'(前국방개혁실)이 한국군 군사혁신의 명실상부한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는 상설연구ㆍ기획기구가 될 수 있도록 그 구조와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편, 확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럼스펠드 시절 미 국방성의 '전투력변혁국'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명칭을 '전투력변혁실'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고, 군 내ㆍ외에서 능력과 권위를 인정받는 현역ㆍ민간 인력으로 구성된 별도의 팀을 추가로 편성, 2025년까지 장관 직속의 상설기구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팀의 주요 임무는 중ㆍ장기적 차원에서 예상되는 미래전 양상, 한국이 대비해야할 군사적 도전,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전력운용방식의 발전, 이를 뒷받침할 유형 군사력의 건설 및 유지, 그리고 국방운영체제의 쇄신을 비롯한 총괄적인 분야에 걸친 국방개혁의 청사진과 실천방안을 중점적으로 연구 및 기획하는 것이다. 여기서 결정되는 사항들은 군사력 기획, 발전에 관한 중ㆍ장기 계획수립에 있어서 국방당국의 지침이 되어야 하며, 참여인력들에게는 군사혁신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각종 정책을 담당하는 직책에 발탁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사실 재래식 기계화전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정보화 및 제4세대 전쟁시대에 대비하여 정보우위와 전략무기, 미래형 군사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반도를 넘어서는 군사전략적 시야를 갖춘, 그리고 육ㆍ해ㆍ공 3군의 합동성 강화 필요성을 잘 이해하는 정치ㆍ군사지도자들이라면 이런 새로운 조직구성 및 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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