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성폭력특례법(강간 등 치상)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징역 3년)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물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했다.
검찰 출신이 포진한 대형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가 나섰지만, 항소심에서 형량이 1심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유는 상해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태안의 한마을에 사는 이웃끼리 발생한 사건으로, A씨는 혼자 사는 피해 여성 B씨의 집에 침입해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격렬히 반항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반항 과정에서 피해자는 전치 2주를 요하는 '경부 및 우수배부 타박상'을 입었다.
하지만, 1심(서산지원)은 상해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목 부위와 손등에 십원 동전 크기의 멍과 허벅지에 오백원 동전 크기의 멍으로 가벼운데다, 상처 부위가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 측은 항소 요지에서, “부상 정도가 일상생활 중에 발생할 수 있거나, 합의에 따른 성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상해 정도가 아니다”라며 원심판결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다시말해 피해자의 상해의 정도가 강간상해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는 “강간에 의해 생긴 상해가 경미해 굳이 치료할 필요 없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고 원심 판단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만한 폭행 또는 협박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거나, 합의에 따른 성교에서도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해와 같은 정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입은 상처 부위와 내용, 상해 정도나 치유기간 등에 비춰 피해자의 상해는 정도를 넘는 것으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상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혼자 사는 피해자의 집에 침입해 강간하려다 상해를 입힌 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가 심대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고통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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