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옥같은 물 흐르고…' 자연과 일체된 초월의 美

[객원기자]'옥같은 물 흐르고…' 자연과 일체된 초월의 美

대덕구 비래동에 있는 누각, 동춘당이 벗들과 시문 읊던곳 바위에 새긴 글씨 '超然物外'… 선인들 풍류 오롯이 전해져

  • 승인 2013-07-18 14:44
  • 신문게재 2013-07-19 12면
  • 임라금 객원기자임라금 객원기자
[대전의 문화유산]2. 대전의 건물-옥류각

▲ 옥류각의 모습. 골짜기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건립하여 자연과 일체된 건축미를 보여준다<한밭문화마당  제공>.
▲ 옥류각의 모습. 골짜기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건립하여 자연과 일체된 건축미를 보여준다<한밭문화마당 제공>.
여리던 연두 잎이 초록으로 깊어질 때면 대지가 뿜어내는 더운 기운을 뒤로하고 복잡한 도심을 떠나 시원하고 편안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우리 선조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맘때쯤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었던 곳이 바로 사방을 바라 볼 수 있게 높이 지은 누각 이었을 것이다.

대전의 양송으로 유명한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 선생도 비래동과 가양동에 각각 누각 하나씩을 남겨놓았다.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송시열, 김경여, 김익희 등과 수양을 쌓고 시문을 읊었던 곳이 옥류각이었으며, 우암 송시열 선생이 나이 80세에 세워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고 그의 학문을 집대성 했던 곳이 남간정사다.

또 유회당 권이진 선생의 맏아들 권형징이 유회당 가는 길에 있는, 안동 권씨 종가 앞에 세운 광영정도 의미있는 누각이다.

대덕구 비래동에 자리잡고 있는 옥류각은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은진송씨 문중의 서당이었던 비래암에서 강학한 것을 기념해서 그의 사후에 송규렴 등 제자와 문인들이 비래암 앞에 세운 누각이다.

옥류각에는 두가지 볼거리들이 있다. 하나는 누각 아래 커다란 바위에 음각으로 새겨진 '초연물외(超然物外)'라는 글씨고, 다른 하나는 옥류각 뒤에 있는 비래사다.

▲ 옥류각 옆 바위에 새겨진 동춘당 선생의 글씨 '초연물외(超然物外)'
▲ 옥류각 옆 바위에 새겨진 동춘당 선생의 글씨 '초연물외(超然物外)'
동춘당 선생은 동춘당에서 독서와 교육을 하다 문득 세속을 떠나 자연과 하나 되고 싶을 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이곳 계족산 아래 비래암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새긴 초연물외(超然物外)를 보며 마음을 닦았을지도 모른다. 당대의 명필도 경탄할 정도였다는 동춘당 선생의 글씨에 가만히 손을 대고 쓰다듬어 보니 그 기운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속을 떠나 자연과 함께 하며 좋은 벗들과 시를 읊은 시를 되새겨본다.

좋은 벗 인연 따라 찾아왔기에
지팡이 짚고 함께 대에 오르니
층암에는 옥 같은 물이 흘러내리고…
-중략-
(송준길 선생의 옥류각 관련 시)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조화로이 자리한 옥류각. 그곳에 앉아 계족산의 자연을 감상하며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더위는 어느새 물러가고 만다. 시원한 옥류각에 앉아 선인들의 풍류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와 인물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문화재가 우리와 같은 공간 안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은 진정 행운이다.

임라금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