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
하지만, 확신한다는 것에 대한 평가는 소신과는 조금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가 일상적인 일을 할 때, 일의 경중이나 중요도 등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소신도 필요하고 확신도 필요하다.
물론, '굳게 믿는다'는 것은 소신이나 확신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신은 어느 정도 재량권 범위 내에서 옳고 그름이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판단의 결과가 일의 방향이나 결과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면 일의 추진과정에서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주어진 일을 기계적이고 의무적으로 처리한다면 그 과정에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소신은 찾아볼 수 없고 아마도 일의 결과는 통상적인 부분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 있게 판단하고 일을 추진할 경우, 아마도 그 결과가 좀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것이 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확신은 좀 다르다.
만약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일을 추진하는데 확신을 하고 있다면, 옳은 확신이라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옳지 않거나 잘못된 것에 대해 확신을 갖고 결정하거나 일을 추진할 경우, 그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확신은 단순히 '굳게 믿는 것'이 아니라 정도를 벗어나 '과신'(過信)이나 '맹신'(盲信)으로, '옳고 그름을 보지 않고 믿는 것'이 되고 만다.
결과적으로, 지나친 믿음으로 확신한다면 과신과 맹신으로서 '불신'(信)을 가져와 믿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믿음에 대한 이와 같은 차이는 어떤 것을 판단을 해야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나 일이나 사태를 처리함에 지나친 믿음이나 맹목적인 믿음을 갖는 확신은 오히려 판단과 결정을 잘못하게 되고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 및 결정을 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자신이 믿는 것이 소신에 의한 것인지 과신과 맹신에 의한 확신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결정이나 판단이 단순히 자신의 일이나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속집단, 사회에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거나 다수 이해관계를 좌우하게 된다면 더욱 자신의 믿음이 과신 또는 맹신이 아닌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과신이나 맹신에 의한 결정 및 판단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거나 특정인이나 일부 특정집단에 유·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모든 것을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소신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소신이 없는 이유를 일부는 눈치를 보느라고 그렇고, 일부는 소신보다는 안전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주장과 판단이 지나친 확신으로 과신 또는 맹신으로 소신이 있는 주장ㆍ생각을 뭉개 버리거나 무시해서 소신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거나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의 지나친 확신으로 소신이 없게 만들어 결국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아마도 우리 사회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 소신보다 지나친 확신으로 불신을 가져오는 경우를 너무 많이 접한다. 사회를 선도해야 할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소신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들이 잘못된 확신보다 소신을 통해 일을 추진할 때 국민은 정부를 믿고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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