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교양이 필요한 시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최혜진]교양이 필요한 시대

[중도춘추]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승인 2013-07-17 14:16
  • 신문게재 2013-07-18 20면
  •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교양(敎養)의 일차적인 의미는 '가르치고 기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식, 정서, 도덕 등을 바탕으로 길러진 고상하고 원만한 품성'을 의미한다. 곧 '교양'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학문을 통해 올바른 품성을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교양은 학문의 바탕이 되는 동시에 전인적 인간을 기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배우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은 특히 전문적인 대학교육을 받기 위한 교양교육적 내용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교양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요즘 대다수의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2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을 많은 부분 교양수업에 할애하고 나머지 2년을 전공교육 위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와는 달리 좀더 전문적인 교양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한편 교양이 부족한 작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교양의 필요성이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감성, 높은 도덕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일반적인 인문학은 물론 사회학, 과학, 체육학까지도 공부하는 일이 필요하다. 곧 세상의 모든 지식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동시에 내적인 성장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양의 정신과 전문적 전공 지식이 함께 양 날개를 가지고 갈 때 바람직한 인간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교양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교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관계는 삭막해지고 모든 지식은 온라인의 바다 속에서 파편화 되고 있으며, 필수적인 교양에 대한 가르침이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대학 신입생들은 12년간 주입식 교육과 편향된 수업으로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그들을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학문의 세계로 인도하기까지는 참으로 어려운 리셋의 과정이 동반되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역사나 도덕, 사회에 대한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행 제도 하에서 그들을 인문적 교양을 지닌 인간으로 가르치고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비속어나 욕설을 거침없이 하는 학생, 공연 관람 도중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 학생, 수업 도중 전화를 받거나 전화를 하기 위해 강의실을 들락거리는 학생,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학생 등 지성인으로 부르기 참으로 난감한 일들이 종종 목격된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을 지적하거나 나무라는 어른도 교수도 거의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혼을 내거나 나무라며 고쳐지는 일들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조심하고 문화를 바꾸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들이 필요할 터인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니 교양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은 당연하다.

예부터 우리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중시했고, 이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예의'와 '염치'를 가르쳤다. 예의를 지키고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알 때 그 사회가 보다 건전하고 바람직하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이다. 인문학의 정신은 곧 '인간다움'에 있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골몰하며 나와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설계해 나가기를 요구받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자아의 성장을 돕는 결정적이고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교양이 실종된 시대, 그 회복과 전진은 결국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고 기르는 일인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