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요즘 대다수의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2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을 많은 부분 교양수업에 할애하고 나머지 2년을 전공교육 위주로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대학에서 교양교육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와는 달리 좀더 전문적인 교양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한편 교양이 부족한 작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교양의 필요성이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감성, 높은 도덕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일반적인 인문학은 물론 사회학, 과학, 체육학까지도 공부하는 일이 필요하다. 곧 세상의 모든 지식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동시에 내적인 성장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양의 정신과 전문적 전공 지식이 함께 양 날개를 가지고 갈 때 바람직한 인간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교양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교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관계는 삭막해지고 모든 지식은 온라인의 바다 속에서 파편화 되고 있으며, 필수적인 교양에 대한 가르침이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대학 신입생들은 12년간 주입식 교육과 편향된 수업으로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그들을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학문의 세계로 인도하기까지는 참으로 어려운 리셋의 과정이 동반되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역사나 도덕, 사회에 대한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행 제도 하에서 그들을 인문적 교양을 지닌 인간으로 가르치고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비속어나 욕설을 거침없이 하는 학생, 공연 관람 도중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 학생, 수업 도중 전화를 받거나 전화를 하기 위해 강의실을 들락거리는 학생,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학생 등 지성인으로 부르기 참으로 난감한 일들이 종종 목격된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을 지적하거나 나무라는 어른도 교수도 거의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혼을 내거나 나무라며 고쳐지는 일들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조심하고 문화를 바꾸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들이 필요할 터인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니 교양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은 당연하다.
예부터 우리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중시했고, 이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예의'와 '염치'를 가르쳤다. 예의를 지키고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알 때 그 사회가 보다 건전하고 바람직하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이다. 인문학의 정신은 곧 '인간다움'에 있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골몰하며 나와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설계해 나가기를 요구받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자아의 성장을 돕는 결정적이고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교양이 실종된 시대, 그 회복과 전진은 결국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고 기르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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