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무효 판결에 결정적 이유였던 조합원 자격 시비 문제가 계속되는 상태에서 또다시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농협중앙회는 손을 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원예농협이다. 원예농협은 오는 22일 조합장 재선거를 치른다. 대전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김진철)가 최근 2010년 치러진 조합장 선거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이 당시 선거에 참여한 289명은 투표권이 없는 조합원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A조합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판결이 내려진 한달여만에 속전속결로 재선거가 결정됐다. 이미 현 조합장과 전 상임이사 등 2명의 후보가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이 정도 사안이면 항소심까지 가는 게 보통이지만, 원예농협은 항소보다 재선거를 택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A 조합원이 또다시 선거중지 등 가처분 신청을 같은 재판부에 냈다. 이유는 첫 번째 소송 때와 같다. 현재 전체 조합원(697명) 중 투표권이 있는 이는 682명인데, 이 중 147명(21.5%)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지난 선거에서 문제됐던 291명 중 27명만 자격을 박탈했다.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엄밀하게 조사한 후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 측은 “1년에 한 번 조합원 자격을 심사하면 된다. 올해 3월 조합원 자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만큼, 재선거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18일 선거 중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문을 통보할 예정이다.
원예농협과 유사한 사례가 또 있다. 바로 회덕농협이다.
회덕농협도 무자격 조합원 투표 참여 등을 이유로 2011년 대전고법으로부터 조합장 선거 무효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무효 판결에도 회덕농협은 곧바로 재선거를 치러 무효 판결을 받았던 조합장이 다시 당선됐다.
이에 일부 조합원이 또다시 조합장 선거 무효확인 소송을 냈지만, 대전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허용석)는 최근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조합원의 지위에 있지 않다며 항소 자체를 기각한 바 있다.
조합 관계자는 “2015년부터 조합장 선거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지면서 현 조합장과 조합 내 다른 세력 사이의 셈법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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