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일권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원 |
NLL은 휴전선과 달리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어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깨뜨리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일대를 평화수역화하거나 공동어로구역화하여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감성적으로 보면 매우 그럴듯 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북한의 군사전략적 의도대로 NLL의 무실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일 뿐이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때 합의에 실패한 후 유엔군에 의해 설정된 것은 맞다.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당시 해상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던 해·공군의 초계활동을 NLL 이남으로 제한함으로써 우발적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측에 유리하도록 설정한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불분명한 요소를 보완한 것이다.
북한도 1973년까지 20여 년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992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11조) 및 불가침 부속합의서(10조)를 통해 “해상 불가침구역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지난 60여 년간 우리 군 스스로 NLL 월선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북한의 군사활동도 억지해온 역사적 의의를 가진 경계선이다.
만약 NLL이 무실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함정이 북한 가까이 접근하고 북한군이 인천 앞바다에 출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전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도 NLL은 유지되고 수호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과 우리사회 일각의 주장대로 서해를 '평화수역화'해 공동어로활동을 펼치고 관광지로 개발하면 어떨까? 우선 우리 해병대원들이 서해 5도에서 철수해야 한다. 곧 우리의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다. 평화지대 안에 어느 일방의 군대가 주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어느 날 기습적으로 북한이 서해 5도를 점령해 버린다면 우리에게는 치명상이 될 것이다. 즉, 인천 앞바다에 적 함정과 전투기가 출몰하며 위협함은 물론, 우리의 항공기와 선박 출입이 불가능해지고 안보와 경제가 무너지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북한은 동시에 남한의 전략적 전초기지를 제거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38선 이남에 위치한 백령도는 서울에서 약 210㎞, 평양까지는 150㎞ 정도 거리에 있다. 적진 깊숙이 있는 군사기지와도 같다. 첨단무기로 무장하면 평양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래서 북한은 꽃게잡이 어선들을 내세워 NLL을 무실화 하고자 했으며 군사적 도발도 반복했다. 그리고 서해를 '평화수역화'하자고 주장한다.
북한의 저의는 분명하다.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마치 NLL때문인 양 호도함으로써 우리 내부에 남남 갈등을 조장하고 NLL 무실화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데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서해 5도와 북한 지역의 중간 지점을 NLL로 한 것은 국제법적으로도 매우 합리적이며 타당한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휴전회담 과정에서 유엔군이 점령하고 있던 서해의 많은 도서를 북한에 양보하면서 설정한 군사경계선이며 우리 안보의 생명선인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북한과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말의 유희에 속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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