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사연일까. 대전 모 대학의 A·B 교수는 2012년 8월 대학으로부터 학내 소요 사태를 주도하고 법인 및 이사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파면처분을 받았다. 이후 대학 측이 교수실을 비워달라고 요구했지만, 두 교수는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부총장과 행정처장은 총장에게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던 중 두 달 후인 10월 최종적으로 보고했고, 총장도 이를 승낙했다. 곧바로, 직원들을 시켜 보조키를 이용해 잠긴 교수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짐을 빼는 등 철거했다.
총장의 혐의는 폭력(공동주거침입, 방실침입) 교사이고, 부총장과 행정처장은 폭력(공동주거침입,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 형사9단독(판사 김종근)은 이들 3명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교수들이 파면처분을 받은 후 정상 출근을 하지 않았고, 사건 당시까지 소청이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의 주거에 대한 평온상태'는 소멸됐으며 학교당국이 유지, 관리를 위해 방실에 들어간 것을 두고 침입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침입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교수실에 들어갔다면 이는 방실침입에서의 '침입'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이 범행에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주목할만하다. 변호인 측은 “부총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행정처장으로부터 교수실을 비우겠다는 보고를 듣고 총장이 '법에 어긋나지 않게 잘 처리하라'고 말한 것을 공범의 기능적 행위분담이라고 볼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논의와 지시, 보고, 관리 등의 과정에서 피고인 모두 상통해 교수실 침입에 대한 의사의 결합이 이뤄져 공모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방실침입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변호인 측은 “노무사와 변호사의 자문이 적법하다고 믿었기에 위법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문가의 독자적 견해에 불과할 뿐”이라며 “교수실을 인계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표시한데다, 교수실을 다른 시설로 사용해야만 하는 급박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달 두 교수 등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파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본안 판결 선고 때까지 파면한 징계 효력을 정지하고 이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등 교직원 지위를 인정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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