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권 모씨(27)는 작년 가을부터 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학시절 학점관리를 잘해온 덕분에 서류전형에는 합격을 했지만, 면접을 볼 때마다 늘 불안증에 시달려 면접관 앞에서 말 한마디 떳떳하게 하지 못해 번번이 낙방을 하는 것이다. 이에 권 씨는 불안증상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문을 듣고 정신과를 찾아 수개월 동안의 치료를 받은 결과 차분히 면접에 임해 좋은 점수를 얻어 취업에 성공했다. 치료방법이 있는 사실조차 몰라 아직도 면접이나 발표불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건양대병원 정신과 김지웅 교수의 도움말로 불안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김지웅 건양대병원 정신과 교수 |
타인들 앞에서 발표나 연설을 할 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발표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감이 줄어들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에는 긴장감이 줄어들지 않고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긴장되거나 붉어지게 된다. 스스로가 이러한 증상을 의식하게 되면, 타인들도 이를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타인들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비웃고 한심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더 떨리고 긴장하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이런 증상은 불안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상당수가 발표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일반적으로 성장기부터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호발하며, 생물학적으로는 교감신경계의 민감성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이환될 확률이 2-3배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고, 여성에서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나 실제 임상에서는 남성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발표 불안, 면접 불안 등의 증상들은 일단 발생하면 악순환의 과정을 밟기 때문에, 스스로 떨지 말고 대담해야겠다고 아무리 다짐을 해보아도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치료적으로 끊어 주어야 한다. 먼저, 약물 치료를 통하여 떨지 않고 발표나 면접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물치료의 기준과 인지행동 치료의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직업적 활동과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역기능적이고 파국적인 인지를 교정해주고 발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도록 하며 노출을 증가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치료한다. 치료 기간은 프로그램마다 다양하며, 주 1회씩 1~3개월 정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상황을 회피하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발표상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오히려 기회를 만들어서 반복적으로 발표를 하면 불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표를 할수록 실패경험을 자주하게 되고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적극적인 치료와 노력이 중요=발표 불안, 면접 불안은 학생이나 취업준비생 같은 젊은이부터, 중장년층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 고위직 직장 생활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김지웅 교수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적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혹여 알더라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분들이 불안증상에 발목 잡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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