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의료원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베트남 어린이 트란 덕 만(8)군을 무료로 수술해줬다고 12일 밝혔다. 집도한 최진호 을지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트란 군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오른쪽은 트란 군의 어머니 즈엉 티응언 씨.사진=을지대병원 제공 |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말라 큰 눈이 유난히 더 커 보이는 한 베트남 어린이가 수술대로 가기위한 침대에 누워 알 듯 모를 듯한 슬픈 표정으로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 옆에는 이 아이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두 손으로 꼭 잡은 가녀린 체구의 한 베트남 여성이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틀 전인 7월2일 새벽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베트남 여성은 큰 수술을 받아야하는 아들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이때까지 전혀 식사를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수술전 전달 사항을 설명하는 다른 의료진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집도의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 이 여성이 되풀이 하고있는 말은 “수술 잘 해주세요”라는 말이다.
낯선 이국땅 수술실 앞의 베트남 모자는 을지대학교의료원(의료원장 조우현)이 선천성 질환 어린이 의료나눔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무료수술을 해주기 위해 베트남 하이퐁시에서 초청해온 즈엉티응언(32)-짠덕만(8) 모자.
짠덕만은 2006년 베트남 하이퐁시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선천성 심장병 '심실중격결손증'을 갖고 2남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나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빈농의 부모가 아픈 막내 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두 달에 한 번, 버스로 왕복 여섯 시간 걸리는 하이퐁시 소재 병원에서 숨찬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타다 먹이는 것이 전부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또래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없었던 짠덕만은 언제나 신나게 뛰노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게 일이었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부모는 가난과 무력감에 고개를 떨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짠덕만 가족에게 기적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을지대의료원이 항공권과 체류비, 진료비 일체를 지원해 짠덕만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짠덕만 모자는 의료진과 함께 앰뷸런스로 대전 을지대병원(원장 황인택)에 도착해 심장 초음파 검사, X-선 검사, 혈액 검사 등 필요한 검사를 마친 뒤 4일 을지대병원 흉부외과 최진호 교수팀의 집도로 4시간여의 수술을 받았다.
성공적인 수술로 짠덕만군은 수술 다음날부터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즈엉티응언씨는 “하늘이 우리 가족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주셨다”며 “아들이 훌륭한 의사가 되면 지금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것처럼 사회에 돌려주어야한다고 꼭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대의료원 조우현 의료원장은 “지난 5월 소천하신 을지재단 설립자 범석 박영하 박사의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같은 사업을 전개하게 됐다”며 “을지대의료원의 의료봉사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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