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여성 성폭행 항소심 판결 들여다보니…

술취해 처제 욕보이고 심신미약 주장 A씨 항소기각 장애 알고 폭행·강간한 지체장애인 B씨 1년만 감형

여기 세가지 유형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있다. 같은 재판부가 담당한 이 사건의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이다. 한 재판에서는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고, 다른 재판에서는 징역을 1년을 줄여줬다. 나머지 하나는 선처해줬다. 왜 그럴까.

▲알면서도 처제 강간, 기각=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자신의 처제이자, 지적장애 3급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장애인·친족 등)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A씨가 낸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성관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는 동의 하에 이뤄졌고,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선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진술이 번복돼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범행 전후 행동 등에 비춰볼 때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적장애 3급이자 자신의 처제인 피해자를 강간해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와 가족이 받은 충격과 상처가 치유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지체장애인 피고는 감형=재판부는 또 장애인 강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은 B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감형 이유는 중 하나는 피고인도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B씨가 낸 항소이유의 핵심은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도 피해자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다만, 피고인도 지체장애인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다른 법원에서 특수절도죄 징역형을 확정받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죄질 나쁘지만, 성실한 삶 참작=마지막으로 지적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강간한 C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명했다. 다만, 피고인의 미래를 위해 신상정보 공개는 면해줬다.

C씨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만 14세의 지적장애 여자를 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았다. C씨는 피해자가 반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와 처음 만난 사이고 피해자의 지능 수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항소 요지를 배척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 이전까지 피고인이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신의 힘으로 고교에 재입학해 학업을 계속하고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온 점, 피고인을 지도한 관계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