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는 자녀 교육 및 생활을 유치원에 맡기면 됐지만, 방학에는 스스로 교사가 되어야 하는 중압감 때문이다. 자녀 방학은 곧 엄마들에겐 개학인 셈이다.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유치원 방학기간을 정하는 것은 각 원장에 위임돼 있다. 천재지변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년 180일 이상으로 수업 일수를 맞추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 방학 시작 및 종료 시점, 기간에 대해 대전교육청이 집계한 통계는 없다. 다만, 오는 19일 전후로 방학에 들어가 평균 2주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교육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병설유치원처럼 초등학교 방학기간(4주가량)과 엇비슷하게 장기간 이어지는 곳도 있다.
대전에 있는 유치원은 공립 90곳, 사립 171곳 등 모두 211곳, 원아 수는 공·사립 합쳐 2만 5075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맞벌이 가정 자녀 등 방학기간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8시간 이상 돌봐주는 '방과후과정'을 이용하는 원아는 올 3월 초 기준으로 1만 5069명이다.
나머지 1만여 명은 방학 기간에 집에서 보호자와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다. 학부모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유아 교수법에 서툴 뿐만 아니라 학기 중 누렸던 '자유시간'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주부 이 모(32)씨는 “어린이집 방학은 1주일이었는 데 유치원에서는 3주로 늘었다”며 “방학 기간 중 어떻게 하면 아들 교육을 잘할 수 있을지 벌써 고민이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학부모는 “방학 중에는 딸 짜증을 다 받아줘야 하고 나만의 시간도 가질 수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호자가 유아 연령에 따라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방학 중 바람직한 유아 교수학습법이라고 조언한다.
배재대 유아교육과 전홍주 교수는 “유아는 학기 중 스트레스를 방학 중에 집에서 풀려는 심리가 있다”며 “만 3~4세 유아라면 보호자가 목욕탕 물감놀이, 시장보기 수제비 만들기 등을 함께 하며 스킨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학을 앞둔 만 5세는 학원 또는 외부 특강에 보내는 것보다는 글씨쓰기 등을 같이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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