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과감한 시도가 더위를 이기는 지혜로 여겨진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청와대 또는 정부의 각종 회의실 풍경을 보노라면 대부분 노타이 차림임을 알 수 있다. 실내 온도를 28도에 맞추고 더위를 참는 방법으로 넥타이를 풀고 업무를 보는 모습이다.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교복 바지를 입을 때와 달리 반바지나 칠부바지를 입으면 체온이 2~3도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과 후 학원 교습 등 외부 활동 시 사복 착용에 탈선을 우려하거나 사복의 브랜드 차이에 따른 소외감 등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한낱 기우일 뿐이다. 20일 이전에 대다수의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사복을 입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교사들이 더 애정을 갖고 야외지도 등 학생 관리에 온힘을 기울인다면 별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반바지 등 사복 등교를 통해 학생들은 '교복=규제'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복=자율'이란 해방감까지 더해져 분명 청량제 같은 시원함을 만끽할 것이다. 공부와 더위에 지친 학생들에게 이 정도의 청량제는 학교나 교육당국이 일찌감치 제공했어야 옳다.
반바지를 허용한 것이 학생들만의 사례는 아니다. 안전행정부도 전국 관공서에 복장 간소화 지침을 통해 간편한 복장을 입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서울시나 충남도 등 공공기관 역시 반바지 등을 자율적으로 입도록 했다.
학생들의 반바지 착용을 학교 재량에 맡기는 것은 대전시 교육청의 무관심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행정당국이 에너지 절약 방안 등 학교에서 준수해야 될 지침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더위를 조금이나마 덜 느끼며 공부할 수 있도록 사복 등교도 함께 권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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