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 협의체의 예고편은 지난주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능지구 활성화 방안 간담회로 미뤄봐도 좋을 듯하다. 그때도 시민단체가 불참한 반쪽 행사로 치러졌을 만큼 반응은 싸늘했다. 충북도의회는 수정안 폐기 때까지 “모은 힘을 다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종, 천안을 비롯한 충남의 반발 강도 역시 만만찮다.
지난 5월 14일 충청권 공동 번영을 위해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삐걱거린 셈이다. 대전시와 정부가 맺은 업무 협약과 관련해 갈등이 고조되는 현 상황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충청권 공조가 과학벨트 추진 동력이라는 측면에서다. 관정 협의체는 과학벨트만이 아닌 산적한 각종 현안에 대한 공조 구축을 위해서도 만들어졌다.
어찌 보면 과학벨트는 입지 선정 단계부터 4개 시·도가 연대해 이룬 공조의 성과다. 이 같은 신뢰와 협력이 전제됐기에 충청권 협의체 구성이 가능해졌다. 충청권 입지 사수 공조, 그 이전의 행정수도(행정도시) 공조 때도 견고히 유지됐던 충청권 공조가 깨져서는 안 된다. 균열 요인이 있지만 일차적으로 관정 협의체에서 풀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
지난날 그랬듯이 충청권 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뭉쳤던 정신을 살려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공조 정신이 파기돼서는 안 된다. 세종시의 차질 없는 건설, 충남도청 이전 부지 활용 등 지역 현안 해결에 이 협의체가 머리를 맞댈 사안이 많다. 원안과 수정안 사이의 해법을 포함한 모든 논의가 합의의 바탕 위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회복할 것은 충청권 공동 번영을 위한 공통의 의지와 연대 정신이다. 확연한 4개 시·도의 입장차도 결국 극복 대상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속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초당적·초지역적 협력의 끈은 놓지 말 것을 촉구한다. 16일 충청권 관정 협의체 회의가 반쪽 행사가 안 되도록 실무기구가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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