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경제부 기업과학팀 부장 |
최근 논란속에 과학벨트 핵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본원을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입주하는 수정안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가 합의하면서 어찌 됐던 사업에 시동을 걸게 됐다.
국내 기초과학발전과 국가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과학벨트 사업 추진과정을 보면서 과연 정부의 원칙과 기준이라는 게 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2008년 14회에 걸쳐 관련 전문가 토론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 과학벨트 종합계획을 확정했지만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와 관련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며 사실상 입지 관련, 원점 검토를 시사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가 위기를 맞았다. 대통령이 원칙을 져버리자 충청권은 혼란에 빠졌고 과학벨트는 지역 간 유치 경쟁구도로 재편되면서 지자체마다 치열한 유치전을 전개했다.
그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3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위한 후보지 조사를 벌여, 최종 유성구 둔곡과 신동을 중심으로 한 거점지구와 세종, 청원, 천안을 기능지구로 한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했다.
국책사업으로 입지 선정까지 쉽지 않은 노정을 연출했던 과학벨트사업은 입지선정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또다시 벽에 부딪히고 만다.
기획재정부는 국책사업이라도 사업비 일부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와 이를 원칙(?)이라며 끝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결국, 부지매입비 지자체분담이라는 기재부의 장애물을 만난 과학벨트 사업은 3년여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결국 최근 과학벨트 핵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본원을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입주하는 수정안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가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전체 7000억 원에 달하는 부지매입비 가운데 기재부가 대전시에 요구한 50%의 부지매입비 대신 엑스포 과학공원의 부지를 무상임대형식으로 내놓아 일단락된 것이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과학벨트 수정안이 대전시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협의로 타결돼 대전은 과학벨트 중심지로 미래부는 국가 기초과학의 토대를 마련해 모두 실익을 챙긴 모습이지만 실질적인 승자는 기획재정부이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이라도 사업비 일부를 지자체가 분담해야 한다는 기획재정의 원칙을 고수했던 기재부는 어찌됐던 부지매입비 절반을 실질적으로 줄였다는 전과(?)를 거뒀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첫 국책사업인 과학벨트 사업에 지자체가 사업비를 분담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에는 지자체가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기준을 만드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기재부가 국가 기획재정을 위해 원칙을 고수해 왔던가 회의감이 든다.
기재부는 지난 2010년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과학벨트 사업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관련 예산 편성보다 날치기 통과된 포항 제4세대방사광가속기 예산에 대해 눈감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도 가속기 구축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보다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포항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힘에 눌려 국회가 200억 원의 예산이 편성하는데 일조했다.
쪽지예산으로 편성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지금까지 모두 1700억 원을 지원돼, 과학벨트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반영 예산 1154억 원보다 546억 원이 더 많았다.
기재부는 예산 의결권을 가진 국회에서 당초 정부 예산에 편성되지 않는 사업 예산을 끼워넣는데 어쩔 수 없다는 힘의 논리 앞에 '법령보다 예산이 우선'이라는 핑계로 원칙을 저버린 적이 없나 되돌아 봐야 한다.
과학벨트 추진과정을 보면서 과학벨트에 적용했던 원칙을 앞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또다시 이중잣대가 등장하지 않는지 힘없는 충청 지역민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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