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구조조정 대상 40개사 가운데 절반인 20개 업체(C등급 14곳, D등급 6곳)를 건설사가 차지함으로써 이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구조조정은 건설업계가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는 시기와 맞물림으로써 인력감축, 신규사업 중단, 하도업체의 잇단 부도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바짝 진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협력업체 부담 등도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상 기업의 명단은 공개하기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운명은=워크아웃 대상으로 판정된 C등급 건설사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 작업이 추진되며, D등급 건설사는 채권금융회사 지원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그런 만큼 구조조정에 포함된 20개 건설사의 앞날은 거센 폭풍우가 예상된다.
C등급 건설사의 경우 향후 3개월동안 주채권은행의 실사를 거쳐 이행약정을 체결하게 되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대형사업 입찰은 어려워지겠지만 소규모 공사는 예정대로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등 구조조정 작업 또한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은 워크아웃 대상 업체에 대해 경영정상화 계획 수립 등 워크아웃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워크아웃 건설사 등의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해외건설계약 등 보증서 발급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의 경우 자산매각,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신규수주 제한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돼 경영정상화 과정에서의 가시밭길이 예견된다.
실제로 과거 구조조정에서 C등급 결정이 내려진 A건설의 경우 임직원이 3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축됐으며 워크아웃 대상인 B건설도 300여명이던 직원이 100명 안팎으로 줄인 바 있다.
▲아파트 분양자 걱정은 기우=구조조정 대상 건설사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의 불안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양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설사라고 해도 납부한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 분양대금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금 무이자 혜택 중단이나 입주 지연 등 계약 조건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계약자들은 건설사 등의 안내 통지를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하도급 및 협력업체 도산 우려=건설사의 구조조정은 향후 하도급 및 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 회사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견 주택건설사로부터 공사 하도급을 받은 전문건설업체와 자재업체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근, 시멘트 등 자재업체는 자재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사 현장 한 곳당 투입되는 하도급 업체는 현장 규모에 따라 20~4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령 한 업체가 3개의 공사 현장을 갖고 있다면 60~120개의 하도급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업체당 공사대금은 평균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지만 원청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공사대금을 언제 받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된 후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까지는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까지 소요돼 하도급 업체는 이 기간동안 자금이 묶이게 될 뿐 아니라, 기존에 받았던 어음 또한 현금화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건설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들은 전체 공사대금의 20% 정도를 어음으로 받고 나머지는 현금과 대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사업 올스톱=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분류된 C등급 건설사는 자금지원을 미끼로 은행권의 본격적인 경영간섭이 본격화되면 건설업계의 신규사업도 '올스톱' 될 것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가 사업을 시작하려면 은행권의 자금지원이 필요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외부 실사와 자금상환 계획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에 구조조정 업체 중 절반이 건설사인 데다 건설경기 침체마저 장기화되고 있어 앞으로 건설업계에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가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백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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