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학은 유럽에서는 유니버시티(University)라는 단어를 쓸 만큼 일반대학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시민대학은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민대학의 틀을 가져온 국내 최초의 사례다. 구체적으로는 독일 시민대학, 덴마크 평민대학, 영국의 성인교육센터와 지역사회교육센터, 프랑스의 민중대학, 자유시간대학, 나이 제한없는 대학, 미국의 시민대학, 호주의 성인교육센터 , 일본의 공민관 등 평생교육 선진국 주요 도시들을 벤치마킹했다.
특히 독일 본 시민대학(VHS Bonn)을 중요한 롤 모델로 삼았다. 독일이 통일되면서 수도가 베를린으로 결정되자 서독의 수도였던 본에 있던 연방정부 공공기관들이 4분의 1 정도만 남고 거의 빠져 나간 후 이 건물을 시민대학으로 활용한 사례를 눈여겨 봤다. 원도심 한복판에 있었던 충남도청이 빠져 나가 도심공동화가 우려된 대전시의 현실과 닮았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교육을 제공해 평생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도심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대전시민대학은 본격적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일부 지자체가 운영해 오던 교양대학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다.
기존 백화점 문화센터나 자치구, 사회복지관 등의 강좌와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거나 구매력이 있는 계층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고 복지관은 특정 대상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대전시민대학은 공공성과 다양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단순히 학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시민공동체가 삶의 질을 향상하고 더 나은 지역사회를 가꾸기 위해 필요한 공공성이 강화된 교육 프로그램들을 많이 편성하고 있다
출발이 괜찮다. 개설된 강좌만 800여개에 이르고 지난달 말 접수한 여름학기 수강신청 결과 9700여명이 등록할 만큼 인기다. 주변 식당들도 상권 부활을 기대하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민대학 개교로 기존 평생교육기관들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역대학들도 자체 운영중인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 미칠 영향에 끙끙 앓고 있다.
대전시민대학이 출범한 만큼 우후죽순 평생교육기관들의 역할 조정과 프로그램 차별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자체나 대학,민간의 평생교육기관이 서로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손짓해선 안된다.
시민대학이 생겼으니 시민공동체 의식과 애향심을 키워 나가야 한다. 대전은 주인이 없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시민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중앙정부나 타 지역에서 얕보지 않도록 지역역량을 확 끌어 올려야 한다. ‘충청도 핫바지’란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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