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
오해는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발생할 수 있다. 무언가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누군가에 대한 편견과 불신에서 사소한 오해들이 생기게 되고 소통과 대화의 단절에서 오해들이 확대·재생산되기도 한다. 또한 오해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기보다는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과 과정을 자기 나름대로의 틀에서 해석하고 적용하여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속에 담고 있을지 모르는 편견이 있는지를 성찰하고 비우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와 ‘오이 밭에선 신발 끈을 매지 마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애초부터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단순히 갓끈만 정돈하고 신발 끈만 조일 의도였을 수도 있지만 세상사가 그리 순수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지만은 않는다. 때로는 인간의 감성이 생각과 판단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스스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옛날 위나라에 미자하라는 미소년이 있었는데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위나라 법에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을 자르도록 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병들었다는 소식에 미자하는 임금의 허락 없이 슬쩍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한창 미자하를 총애하던 때라 임금은 이 일을 듣고 “그는 효자다. 어머니를 위하느라 발이 잘리는 벌도 잊었구나!”하고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미색이 쇠하자 임금의 총애도 식었고, 미자하가 잘못을 하자 임금은 “미자하는 본래 성품이 좋지 못한 녀석이다. 과인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타기도 하였다”고 말하며 벌을 내렸다고 한다. 똑같은 행동이라도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가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일화이다.
세상은 넓기도 하지만 살다보면 좁은 것이 세상이다. 때로는 보지도 겪어보지도 않았지만 누군가로부터 전해지고 평가되어지는 선입견을 통해 누군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편견은 어느 순간 의도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에 내재되어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투명하게 보기보다는 무언가 다른 생각과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자신만의 색으로 바라보고 오해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오해와 편견을 벗어난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도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져라’는 말처럼 우리의 가슴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뜨겁게 달구어져야 하지만, 생각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 되도록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한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만들어가는 공동체이다. 그러기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무수히 많은 다른 생각들이 교류되는 것이다.
오해와 편견은 나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집착과 무언가를 인정하지 못하는 정서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러기에 때로는 모든 것을 벗어던질 때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 모두 내 마음의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오해와 편견이 없는 세상을 향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