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음주·욕설로 '얼룩' 공원 가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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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음주·욕설로 '얼룩' 공원 가기 무섭다

청소년 탈선장소 전락 놀이터도 사정 마찬가지

  • 승인 2013-07-09 18:31
  • 신문게재 2013-07-10 1면
  • 김영재 기자김영재 기자
9일 오후 서구 괴정동의 우정어린이공원에는 담배꽁초와 버려진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어린이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단 한명의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관내 공원·놀이터가 청소년 탈선 장소로 전락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대덕구 덕암공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지만,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맥주캔 등을 잔디밭으로 집어던지고, 바닥에 침을 뱉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심지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시비까지 거는 청소년도 있었다.

인근 주민 A(45)씨는 “아이들도 자주 이용하는 공원에 흡연, 음주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며 “학생들이 해코지 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동구 용운동의 한 놀이터에서도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큰 소리로 떠드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바닥에는 잘린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먹다 남은 컵라면과 과자봉지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덕구 비래동 인근 가양비래공원과 산책로도 청소년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주위에는 어른들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공중화장실까지 점령해 담배를 입에 문 채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놀이터가 청소년 탈선현장으로 이용되면서 아이들은 놀이터 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탈선 청소년들을 훈계했다가 봉변을 당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어른들도 간섭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훈계를 해도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무시당하고 자칫 경찰서 신세까지 져야하기 때문이다.

4세 아이를 둔 B(33)씨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놀이터가 탈선의 장소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전시나 자치구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청소년상담지원센터 관계자는 “일일이 찾아다니며 교육하기 어렵고, 어른들이 훈계를 회피하고 있어 공원 등지에서 이뤄지는 탈선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라며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서는 대전시와 각 자치구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 young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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