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종수 중부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
필자는 수년 째 항공기 안전에 대한 강의를 대학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에게 하는 관계로 관련 뉴스에 시시각각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항공사고가 발발할 때마다 각종 매스컴에서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나 항공조사 담당자들은 발언을 매우 신중히 조절하는 것을 본다. 이번 착륙사고는 지상에서 발생하여 블랙박스에 채집된 자료 확보가 쉽게 되었다. 블랙박스로 알려진 FDR(Flight data recorder)에는 일체의 운항과 관련된 자료와 당시 조종석 음성기록이 다 디지털화하여 채집돼 있다. 따라서 성급한 예단을 말고 사고관련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확실한 조사 발표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항공기는 각종사고를 대비한 다양한 설비가 항공기 내부에 장착돼 있다. 비상발발 시 안내 방송을 하여 진행상황을 승객이 즉시 알게 한다. 현대적 항공기에는 사전 녹음된 자동 안내방송 시스템이 작동한다. 몇 가지 언어로 비상발생을 반복하여 들려준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항공기 사고시 전원이 차단돼 이 안내방송 작동이 불능해진다. 이때 객실 승무원은 비상용 핸드 마이크를 이용해 승객에게 신속한 탈출지휘를 해야한다. 항공기가 완전히 정지한 후 외부의 상황을 관찰한 후 비상구를 개방해야한다. 대형 항공기의 탈출비상구 위치는 지상으로부터 통상 5~7m에 달하는 높은 위치에 있다. 따라서 승객의 안전한 탈출을 위한 미끄럼대(escape slide)가 모든 항공기 출입구 내부 하단에 장착돼 있다. 이를 이용해 안전히 지상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다. 승무원들은 비상 대비해 항공기가 비상구를 닫으면 비상탈출 미끄럼대가 자동으로 펼쳐지는 위치에 셋팅을 해 둔다. 단 일초의 순간에도 더 많은 승객의 탈출을 위해서다. 미연방항공국(FAA)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비상탈출 규정에 의하면 '모든 탑승객은 90초 내 항공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B787이나 A380 등의 새로운 항공기가 개발되면 먼저 승객 탈출훈련을 하는데 이 시간 내에 탈출이 완료돼야 안전승인이 나게 돼있다. 90초 이상이 소요되면 항공기 내부에 남은 연료로 인한 폭발의 가능성이 있다. 만일 바다에 비상착륙을 해도 90초 이상은 항공기가 바다에 떠있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다. 비상탈출 미끄럼대는 비상시 단 90초 사용을 위해 모든 항공기에 장착된다. 비상탈출용 미끄럼대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유의사항이 있다. 승객은 하이힐이나 구두를 벗고, 볼펜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의 휴대도 금하고 있다. 자칫 탈출 미끄럼대에 구멍이 나거나 찢어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아나의 사고 장면에도 전방의 미끄럼대는 찢어진 상태로 있었던 것이 보인다.
또 사고사진에서 본 승객의 안이한 자세는 휴대품의 반출이다. 촌각을 다투어 더 많은 승객이 기외로 탈출하려면 승객이 소유한 어떠한 귀중품과 수하물의 휴대는 불가하다. 승무원들은 항공기로부터 모든 탑승객이 완전히 탈출이 완료된 것을 확인 후 최후로 항공기를 탈출해야 한다. 일단 탈출을 완료한 승객은 가급적이면 항공기로부터 멀리 벗어나야 한다. 2차적인 화재나 폭발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침착하게 사고 다음을 생각할 때다. 사고를 계기로 소홀했던 안전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안전규정의 손질을 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 동일한 비상발생 시 한 사람의 소중한 인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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