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대비한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이 등장하고 폭우와 홍수에 따른 여러 가지 위험요소에 대한 대처요령들이 논의되곤 한다. 한편으로는 장마와 태풍이 가져다주는 자연에너지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잊지 않고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일컬어 우장(雨裝)이라 한다.
이 우장도 시대의 변화와 소재,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천해 왔다. 전통적으로 지금과 같은 우산이 널리 쓰이기 전에는 닥종이에 기름을 먹여 방수기능을 갖도록 한 지유산(紙油傘)이 주로 쓰였는데, 이것도 귀한 물건이어서 일반에서는 모자를 대신한 삿갓, 비옷을 대신한 볏짚으로 엮어 만든 도롱이, 고무장화를 대신한 나막신 등이 쓰였다. 방수 기능이 뛰어난 신소재인 비닐이 새로 나타날 때까지 계속 쓰이다가 점점 사라져 이제는 그 자취를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우산이든, 비옷이든, 장화든 시간이 아무리 흘렀어도 그 기본 기능과 모습은 변함이 없다. 단지 종이와 볏짚과 나무에서 비닐이나 쇠, 고무 등의 소재만 달라지고, 약간의 모양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가장 흔히 쓰이던 것이 우산이다. 우산은 우산대와 우산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장치와 우산살 위를 덮어 비를 막을 수 있는 비닐이나 방수용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쇠로 우산대와 우산살, 고급 방수용 천으로 만들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도록 고안된 2단, 3단 또는 작거나 큰 우산들을 쓰임새에 따라 만든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산'하면 대나무로 우산대와 우산살을 만들고 비닐로 덮은 우산이 전부였다.
이 우산은 그렇게 견고하지를 못해서 센 비바람을 만나면 뒤집히거나 찢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귀한 물건 취급을 했기 때문에 고장 나면 고쳐서 다시 쓰곤 하였다. 여러 번 고쳐 쓰다가 더는 못 쓸 지경에 이르면, 비닐은 비닐대로, 대나무 우산대와 우산살을 다른 물건을 만드는 데 활용했다.
특히 대나무 우산살은 잘 모아두었다가 겨울에 연을 만든다든지, 잘 깎아서 뜨개질할 때 쓰는 대바늘을 만들어 쓰면 그만이었다. 대나무 손잡이 역시 잘 갈라 다듬어서 잣대를 만들어 쓰거나 전체가 잘 통하도록 구멍을 내고 철사를 끼우고 고무줄을 걸어서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는 작살총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재주 있는 분들은 마디마디에 구멍을 내서 피리를 만들어 불기도 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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