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들 세 직업군의 차이는 무엇일까.
통상, 검사는 착한 자도 죄인으로 만들어야 하고, 변호사는 죄질이 아주 나쁜 죄인도 착한 자로 포장해야 하며,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달변을 냉철하게 판단해 죄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의 입장과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변호사는 선비 '사'를 쓸까.
사전적 의미에서는 전문적인 일을 하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는 죄를 만드는 검사와 죄를 판단하는 판사를 모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반면, 판ㆍ검사의 '사'는 '다스린다'등의 의미다. 단적으로, 현재의 법적 판단을 근거로 죄의 유무를 결정한다.
검사와 판사는 죄를 만들고, 죄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어야 하기에 일이 많다. 판ㆍ검사의 평균 퇴근시간이 밤 11시라면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엄격하게 법을 다뤄야 하는 이들이기에 출ㆍ퇴근 시간이 더욱 엄격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남의 나라' 얘기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관리의 출근 시간은 여름엔 전 5~7시, 퇴근은 오후 5~7시였다. 겨울에는 7~9시에 출근했고, 퇴근시간은 오후 3시~5시 사이였다.
국가의 녹을 먹는 판ㆍ검사와 달리,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출ㆍ퇴근시간이 자유롭다. 말 그대로, 자영업이기 때문에 사장님(?)이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런데 판ㆍ검사의 업무는 생각보다 과중하다. 업무 중에 판사를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업무 후 판사를 만나기는 더 어렵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법정에서 기다리는 게 훨씬 좋을 정도다. 판사들의 출근시간은 보통 오전 9~10시 사이다.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판사가 대부분이라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 배려하고 있다. 죄를 입증해야 할 검사들 새벽별을 보고 퇴근하는 게 익숙할 정도다.
요즘도 돌잔치에 가면, 돌잡이에서 빠지지 않는 게 법조계를 의미하는 판사봉이다. 법조계에 대한 사회적 권위 측면에서는 충분히 동의한다.
하지만, 법조계, 그것도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하는 판ㆍ검사들이 얼마나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최근 판사와 검사는 물론, 법조계 직원들의 잇따른 사고 소식을 듣다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법'(法)에 범접하는 법조인들이다. '엄격', '엄벌' 등의 단어에 익숙한 법조인들도 평범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여전히 법조인에게 '인간다움'은 사치라고 여긴다. 어찌 보면 그래서 법조인이 더 외로운 게 아닌가 싶다. 분명히 말하건대, 법조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윤희진·법조사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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