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신진·유망 등의 관형어가 붙는 창조적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작품의 제작·발표를 위한 장(場)과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이, 중견·중진 예술가들에게는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창작 활동을 함께 보장하는 정책이, 이들의 길을 다 걸어온 원로·대표 예술가들에게는 예술가로서의 전 생애를 인정 및 예우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등. 모든 예술가들에게 그리할 수 없고, 또 그리 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적이고도 엄정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고, 우리 예술계와 사회의 자연스런 합의 과정도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예술의 미래를 지고 갈 젊은 예술가 지원 정책을 생각해 본다.
지역 창조성의 첫번째 잣대는 분명, 그 지역이 새로움과 다양함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리라. 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이러한 창조적 수용성은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터에서 얼마나 충분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느냐와 비례한다. 젊은 예술가들의 으뜸 가치가 바로 새로움과 다양함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전 소재 대학과 대학원의 예술 전공 학과를 졸업한 인원은 어림잡아도 1500명이 넘는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부는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나 어렵사리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또 일부는 대전에 남아 밥 한 그릇도 안 되는 예술을 부둥켜안은 채 실체마저 희미해져 가는 무엇인가를 기다릴 뿐이다. 예술 전공자 모두가 예술에 종사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 함이 아니다. 그 대부분이 예술적 끼와 꿈을 새장 속에 가둬둔 채 딴 일을 한다는 것은 물론 안타깝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예술 활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창조적 젊은 예술가들이 대전을 떠나거나, 남아 있어도 그 활동의 장과 기회의 절대 부족으로 가슴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왜 이리 되었을까.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매한가지인데, 무엇 때문일까. 많은 이들은 정책의 부재부터 지적할 것이다. 100% 맞지만 점수로는 50점. 나머지 50점은 예술계 스스로 그리 만들어 왔으므로 예술계 스스로 채워야 한다. 지역 예술계에 묻는다. 창조적인 젊은 예술가들을 얼마나 받아들여 왔는가. 기성 작가 위주로 제도화한 현실도, 사숙·학원·잡지 등 계파 중심의 권력도 문제다. 예술의 진보와 진화를 위한 치열한 비평은 없고 헌사나 주례사만 있다. '2012년 문화예술인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인들의 31.6%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청산 과제'로 '정실주의와 부패'를 든다. 2009년 26.0%보다 외려 높아졌다. 창조적 젊은 예술가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문화민주주의 이념이 숭상되고, 그래서 모든 국민에 내재한 예술성을 끌어내 이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문화복지 정책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소수의 창조적인,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충분한 제작·발표의 장과 일정 기간 꾸준히 작품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책이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술 자체의 진보와 진화를 위해서도, 또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서도 창조적 젊은 예술가들의 탈지역을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단발성 재정 지원 방식보다는 다년간 지속 지원, 창작공간 등 인프라 지원, 중앙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전국구화·국제화 지원 등 중장기적 인큐베이팅 정책이 절실하다. 테미창작센터 조성, 차세대 아티스타(artiStar) 지원 사업 등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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