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떠한가? 방과 후 학원 3~4개는 기본이고, 놀이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형태가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폰 게임과 같은 정적 놀이에만 푹 빠져있다. 부모들도 신체활동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우리 아이의 학업성취도가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조급함과 초조함 때문에 아이들의 본성인 신체활동성은 뒷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의 신체활동성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타고난 좋은 본성을 억누르고 다른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은 큰 것을 생각지 못하고 눈 앞의 작은 이득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부모 중심의 잘못된 판단이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독서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독려한다. 거의 강제적이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어느 작가는 책을 만권 정도 읽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나름대로의 삶의 이정표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답을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을 책을 읽고도 말이다. 사고하지 않아서이다. 사고하지 않으면 정보나 지식만 얻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이런 독서의 본질을 알고 독서를 권장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신체활동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대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시의 드리블을 보면 단순히 운동신경이 뛰어나 나타나는 재능이 아니라 지능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릴 때의 신체활동은 우리가 단순히 알고 있는 건강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체활동을 통해 건강 뿐만 아니라 규율과 같은 사회규범을 이해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올바른 대인관계나 운동의 힘든 과정 속에서 의지력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신체활동 놀이를 행할 때, 개인 혹은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해 수많은 사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올바른 사고력이 배양되기도 한다.
즉 신체활동은 건강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창조, 자기개발, 대인관계, 도전의식 등을 기를 수 있는 많은 장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규칙이 있는 놀이를 신나게 뛰어놀다가 힘들면 쉰다. 이런 놀이를 반복해서 수행한다.
운동생리학자들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운동형태는 단시간의 간헐적 활동이면서 레크리에이션적이고 다양하게 구성된 운동을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생리학적인 특성과 심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동은 단시간 유지되고 짧은 휴식이 취해지는 다양한 강도의 반복적인 활동에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는 아동의 운동 누적 활동시간이 하루 30~60분간, 체중당 6~8㎉ 정도(체중 30㎏ 아이는 180~240㎉; 30분 이상 활기차게 운동하면 소비되는 칼로리)를 소비하는 활동을 유지하고, 움직임을 즐기게 하고, 평생의 활동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본성은 활기참이다. 조용하면 어디 이상이 있는지 의심할 정도로 활기찬 것이 아이들의 특징이다. 놀이형태의 활발한 신체활동은 아이들이 활기찬 본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릴 때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어느 책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지르는 부모의 잘못들'이란 문구를 보고, 필자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사건건 통제하고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면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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