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재]작가들이 만든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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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재]작가들이 만든 협동조합

[세설]정덕재 시인·대전시인터넷방송 PD

  • 승인 2013-07-04 14:09
  • 신문게재 2013-07-05 21면
  • 정덕재 시인·대전시인터넷방송 PD정덕재 시인·대전시인터넷방송 PD
▲ 정덕재 시인·대전시인터넷방송 PD
▲ 정덕재 시인·대전시인터넷방송 PD
과학에세이 '과학인문학'과 시집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포이톨로기'의 저자인 김병호씨는 시인이자 과학저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글을 써서 생활을 하는 이른바 전업작가다. 김 작가는 새벽에 수영으로 체력을 다지고 아침 9시부터 여느 직장인이 일하는 것처럼 창작 작업을 시작하고 연구소나 기관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글을 쓰기도 한다. 또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듯 소주를 마시곤 한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 그의 작가적 끈기와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최근에 그는 새로운 직함을 가졌다. 명함에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책임작가 김병호라고 쓰여 있다. 작가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생소한 탓에 조합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 조합은 말 그대로 작가협동조합이다 보니 구성원 모두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시인과 방송작가, 아동문학가, 대학교수, 출판기획자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요즘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은 대전의 원도심을 취재해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들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 규정한 협동조합의 정의를 보면 이렇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그들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다.' 이러한 정의를 '깨어나라 협동조합'의 저자인 김기섭씨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상호 자조에 대한 신뢰, 그리고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라는 철학적 견해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협동조합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합을 설립하려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대전에는 65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으며, 서울 401개 등 전국적으로 모두 1355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협동조합기본법 제12조에 따르면, 협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조합 활동을 장려하도록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지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행사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지난 2일 많은 조합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시청 대회의실에서 제1회 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주제 강연에 나선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협동과 신뢰가 만드는 사회적 경제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협동조합을 비롯해 사회적 경제의 주력세력이 효과적으로 연계해 우호적인 시장ㆍ자본ㆍ정보ㆍ인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의 관여 정도와 역할, 복지와 일자리 예산의 사회적 경제 연계강화를 주목하기도 했다. 협동조합은 이제 첫 발걸음을 뗐다. 짧은 시기임에도 전국적으로 13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것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협동조합의 새로운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결사체와 사업체적 성격이 공존하는 협동조합이 어떻게 부를 창출하고 분배의 정의를 이뤄낼지도 우리 사회가 함께 연구하고 고민할 대목이다.

상상력에 기초해 글을 써온 작가들이 조직을 만들어 공동의 이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작가들이 새로운 조직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간다는 점에서 이제는 담배를 물고 골방에 틀어박혀 있는 옛날 작가의 모습을 잊어버려도 좋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새로운 초상을 그리는 스토리밥 작가들의 글에서 어떤 향기가 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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