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 학장 |
조직의 성공요소 중의 첫번째는 조직 구성원의 합의된 목표설정과 공감대 형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시나 국가와 같은 공동체들은 구성원이 공감하는 목표와 꿈이 부족하다. 얼마 전 공무원들이 '우린 영혼이 없다'는 기막힌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하소연이겠지만 뭔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회사나 학교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그 공동체가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역량, 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한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대전의 꿈은 뭘까? 지금 대전시민 중 몇 퍼센트가 서로 공감하는 대전의 꿈과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과연 10년 후 대전시의 모습은 어떨까?
100년 후를 꿈 꿀 수는 없어도 20~30년 앞의 모습은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목표없이 항해 할 수 없으므로 크든 작든 목표는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전의 꿈이 과학도시라면 그에 걸 맞는 시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지난 30여년간 30조원 이상의 국비를 들여 세계적인 대덕연구단지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과학의 섬'처럼 여겨왔다. 진정한 과학도시가 되려면 과학자가 되려는 국내외 중·고교생이 대전으로 몰려와야 하고, 첨단 과학 산업단지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대전시의 과학기술 투자가 타 시도보다 많아야 하며, 시민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 또 새로 시작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대전의 새로운 섬이 되지 않으려면 지역사업 못지 않은 애정을 갖고 축제의 분위기로 도와야 한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물심 양면으로 협력하며, 시민 모두 공감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과학도시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물론 조직 내부의 부문별로도 세부적인 꿈이 있어야 한다. 환경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1997년 여름, 홍선기 시장 재직시절이었다. 대전시청, 정부3청사 건설 등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라서 둔산지역은 모두 벌거숭이 이었고, 대전천, 유등천에는 늘 골재 채취로 어지럽혀 있었다.
필자가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던 때였는데, 어느날 시장님께서 환경단체 임원과 간담회를 하시는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셨다. “유교수 당신은 사사건건 삽질을 못하게 하는데 당신이 원하는 도시는 뭔지 한마디로 말해 보시게”라고 하셨다. 그때 “저는 어느 집에서든 아침에 새 소리를 듣고 기상할 수 있는 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어이가 없으셨는지 “그게 가능할까”하시 길래 “유럽의 도시들은 어디를 가도 생태·녹지축이 연결되어 있고 도심 한복판 호텔에서도 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더 이상 설명도 질문도 안하셨다. 그때만 해도 대전천은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새나 물고기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 후 시장님은 생태하천 복원계획을 추진하였고 하천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온 결과 요즘은 물고기와 새들이 다시 찾는 예전보다 맑은 하천이 되었다.얼마전 홍시장님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요즘 자네 아파트에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하셨다. “예”라고 대답했더니 “자넨 목표와 꿈이 있는 환경운동을 해서 참 좋아” 하시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해 주셨다.
개인이 타고난 끼와 꿈을 이뤄가며 행복을 추구 하듯이 조직 공동체도 구성원이 공감하는 꿈과 목표를 세워 함께 만들어 간다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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