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대학가를 파고 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취업이 어렵고, 하지만 단기간에 돈은 많이 벌고 싶은 대학생들의 욕구를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
불법 다단계 업체들은 대학가에서 학비마련,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던져 대학생들을 끌어들인 뒤 물품 구입을 위한 대출을 유도, 결국 마수에 걸려든 대학생 중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대학생들의 불법 다단계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대학생 피해 여전=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에 접수된 20~29세의 불법 다단계 피해 사례는 201건, 2012년에도 159건에 달하고 있다. 2011년에는 판매원 가입 조건으로 수백만원대의 물품을 사게 해 대학생 3만여명에게 1100억원의 피해를 준 불법 다단계 업체 2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의 특징은 사재기, 강제 구매, 학자금 대출을 유도하거나 취업,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회원 가입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특히 취업 알선이나 단기간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대학생들을 판매원으로 유인한 뒤 합숙생활을 강요하면서 상위 판매원들이 이들의 밀착감시를 통해 세뇌시키는 수법이다.
또 수백만원대의 물품 구매와 대출 알선을 집요하게 강요하고, 구매한 물품의 환불을 교묘하게 방해하면서 불법 다단계 업체들만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불법 다단계 업체의 마수에 걸린 대학생들은 큰 돈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빚을 지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형편이다
▲불법 다단계 업체 주요 판매 수법=불법 다단계 업체들은 취업과 단기간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미끼를 던진다.
미끼를 물은 대학생들은 친구나 동창, 군대 동기들에게 연락을 취해 판매원으로 끌어 들인다.
안부 전화를 가장해 유명 회사에 취업했다며 만남을 약속한 뒤 고수익으로 유혹, 불법 다단계 업체가 운영하는 합숙소로 유인하는 것이다. 통상 3~6개월 만에 월 5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유인하지만 실제로는 최고 상위 판매원이라 할지라도 월 30만~40만원 벌기도 벅찬게 현실이다.
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대학생들을 합숙소로 유인하면 상위 판매원 2~3명이 24시간 밀착관리에 들어간다.
탈퇴를 막기 위한 수법인 것이다. 합숙소에는 외부 소식을 단절시키기 위해 신문이나 TV 등도 제공하지 않고, 심지어 휴대전화 사용시에도 감시를 한다. 일단 합숙소에서 교육이 시작되면 높은 직급에서 시작해야 더 빨리 상위 직급으로 올라가 고수익을 얻은 수 있다며 권유해 수백만원에 달하는 물품을 구매하도록 재촉한다.
구매 대금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도록 강요한다. 대출을 받는 순간 대학생들은 불법 다단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다.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불법 다단계 업체의 행위를 본인 스스로가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물품을 구매한 대학생들에게는 포장을 훼손하도록 유도해 환불을 못하게 한다.
또 물품을 구매해도 수령증만 준 뒤 청약철회 기간이 지난 이후에 지급하는 등 교묘하게 환불을 방해한다.
▲피해 예방 요령=사재기, 강재 구매, 합숙 강요 등 불법 다단계 업체로 의심되는 경우 무조건 가입을 거부해야 한다.
관계기관에 등록된 합법적인 다단계 업체라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나 시·도의 담당부서(경제정책),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물품 구입시 공제번호 통지서가 있으면 다단계 업체가 환불을 거절하더라도 공제조합에 공제금을 신청, 보상받을 수 있다.
또 반품에 대비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은 원형대로 보존한다. 일단 포장지가 뜯기거나 훼손된 경우 환불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판매원으로 가입해 물품을 구입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을 넘어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로 구입해서는 안된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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