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 전도도 우려된다. 예를 들자면 취업의 질은 무시되고 취업률 산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물의를 빚은 '허위 취업', '유령 취업' 등 편법은 물론 불가능해야 한다. 고교 졸업생이 올해 64만여명에서 2024년 40만명 아래로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 개편이나 부실대학 정리는 불가피하다. 다른 한편, 재정 지원에 사활이 걸린 지방대는 새 정부 들어 통 큰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방식이 문제다. 지방대 현실과 학과별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 평가 지표, 취업률이 학생 장래보다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의 핵심적인 평가 지표가 된 나머지 빚어진 부작용이 만만찮다. 학생의 전공이나 희망을 무시한 마구잡이 취업 권유가 교육역량 강화의 본래 취지는 아닐 것이다. 취업률로 대학을 서열화하는 일이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의든 아니든 이 제도가 '부실대학' 낙인 찍기 외에 진정한 대학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는지를 따져보면 회의적인 반응 쪽으로 기운다. 지방대 위기감만 부추겼다는 견해까지 나온다. 예체능 학과 등 전공 현실을 도외시한 취업률 지표는 불합리하다. 최근 지역 대학의 연이은 인문학과 통폐합 역시 재정지원 제한 제도와 맞물린 부작용이다.
'대학이 직업학교인가'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섞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지역 안배를 의식하다 보니 지역 대학끼리 눈치작전을 펼치는 현상 또한 안쓰럽다. 충북지역의 경우처럼 서로 경쟁할 때 하더라도 평가 준비에 함께 힘 모아 대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따른다.
재정난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지방대에 특히 부담되는 대학평가체제는 손질을 거칠 부분이 많다. 정량 지표와 순위 중심의 평가, 1년 단위 단기 평가로 취업률 등 소수 지표에 집착하는 부작용은 지난주 대학총장 세미나에서도 지적됐다. 만약 대학평가 시스템으로 대학의 다양성이 붕괴된다든지 대학의 본질적 기능이 경시될 때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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