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지금도 6·25전상자가 보훈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고 1000만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서로의 생사를 모르고 부모형제의 묘소를 궁금해 하며 살고 있다. 6·25 한국 전쟁에 관한 여러 노래와 소설 및 시(詩 )들이 나왔다. 그중 몇편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① “세 명의 포로가 숲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몇 번인가 총성이 울리고 잠시 후 사수(射手)가 표정없는 얼굴로 걸어 나온다/ 여기 지구를 도는 씨줄의 어느 한 점 풀도 나무도 쓰러져 누운 잔인한 땅/ 길을 가던 소년의 귀에 어디선가 들려오던 어머니들의 통곡 소리/ 바람은 알고 구름도 보았으련만 참아 기별할 수 있었으랴/ 사립문 닫지 못한 채 바람 소리에도 가슴 내려 앉았을 그 모진 기다림을 어이하랴/ 아아, 소년의 귀에 들려오던 그 소리는 그 기-ㄴ 파람의 통곡 소리는 지금도 들려오는데/ 기다림 멎은 폐가엔 열려있던 사립문 스러저 누워있고 무성한 잡초만 바람에 흔들리네” (송문익/ 육이오- 그 통한의 메아리)
② “하늘을 갈기갈기 찢는 소리 땅이 터져오르는 피분수 버섯구름 폭발해 퍼지는 냄새 살점 흐트러지는 비명/ 전쟁은 요단강보다 더 깊은 수렁이었다/ 너보다는 내가 살아야 하는 무의식 속에 홀로 뛰는 백치 아니 천재인가 잠재된 원초적 본능인가/ 생사를 골라야 하는 절박한 순간 머릿속은 점 하나 찍을 수 없고 차라리 피를 날린 하얀 무덤이었다/ 사시나무의 무릎은 달리고 뛰어도 거북이 걸음으로 바위틈에 엎드려 압축된 목안의 공기를 가늘게 채쳐 숨쉬어도 내 그림자는 흔들려 사격하는 적의 목표가 될까 심장이 파도쳤다/ 눈물은 여유로운 사치였다. 한바탕 교전이 끝나고 세상이 죽어 넘어진 듯 괴괴한 흐름, 초긴장의 두려움은 거기 있었다. 그때 내 반사적인 행위는 놀라웠다/ 어금니를 물고 사자처럼 바위 밖으로 뛰어나와 사방을 휘둘러 보았다. 그때가 오늘의 지루한 하오를 긴장하게 한다.”(유소례/ 절박한 순간- 육이오 전쟁 속에서)
③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상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박봉우/ 휴전선(休戰線)
④ 이념의 벽이 이다지 두터웠던가/ 나는 지금, 철갑차에 실려 다시 못 돌아올 다리를 건너고 있다./여긴 포로 수용소. 6.25 동란이 낳은 눈물의 바다./좌익과 우익이 패를 나눠 서로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 자국들 예까지 밀려온 수만명의 북한 동포가 그래도 살아보겠노라고 손끝이 닳도록 제련하는 저 모습 어디까지 진실로 믿어야 할까/ 폭동이 일어 불길이 번지는 막사에는 민족 자존의 혼이 흐르는데 서러워라 아직도 총뿌리 거두지 못한 이념의 벽 앞에 통곡으로 거제 골을 울리는 동포의 푸른 넋/(김윤자/ 포로수용소- 거제도 기행)
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기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노래: 백남옥, 작곡: 장일남, 작사:한명희/ 비목) 6월이 지났어도 6·25의 비극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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