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아스마 지음 |
'편애'라는 단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르친 예수도 유난히 아끼는 제자가 있었고, 사심 없는 자비심을 강조한 부처에게도 오른팔이 있었다. 저자는 마음속으로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불쾌하게 생각하는 편애에 대해 철학자의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다.
모두를 똑같이 대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분석한 『편애하는 인간』.
저자는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편애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포유류는 진화를 거듭하며 혈족이나 친족 간에 강한 유대가 형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공감, 다시 말해 친족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복잡한 사회적 감정과 편애 행동(위험에서 구해주고, 털을 다듬어주고, 위로하고 협력하는 것 같은)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유대의 비밀은 뇌에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애착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다. 그는 “인간에게는 편애 본능이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편파성을 근절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을 비판한다.
저자는 '공정의 귀감'이 되는 예수와 부처의 사례부터 어미와 새끼의 유대감 형성과정, 신경호르몬의 역할, 감정을 공유하는 집단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며 우리가 어떻게 편애하는가 뿐 아니라 왜 편애하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는 '모든 사람을 사심 없이 똑같이 대하라'는 이상적 공정주의에 의문을 던지면서, '정말 편애가 나쁜 것인지' 반문한다. 뿐만 아니라 동양의 공자에서부터 서양의 토크빌과 니체까지 철학사를 종횡무진 탐구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공정을 연민이나 열린 마음, 나눔 같은 가치와 혼동했는지 밝히고 편애의 순기능을 조명한다.
스티븐 아스마 지음/ 노상미 옮김/생각연구소 펴냄/320쪽/1만 5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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