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난해에는 34개 회원국 중에서 24위였으니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주거와 소득, 고용,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생활영역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지표에서 안전(9.1)과 시민참여(7.5), 교육(7.9) 같은 영역에서는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환경(5.3)과 일과 생활의 균형(5.0), 건강(4.9), 삶의 만족도(4.2) 등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국민행복지수 개념을 가장 먼저 정책에 반영한 국가는 부탄으로 1974년부터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를 통치기준으로 삼고 있고, 행복지수의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본, 프랑스, 캐나다도 지표개발에 뛰어들었고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행복시대'를 국정운영의 기치로 내걸고 집권하였으니 정책적 관심을 보일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도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는 정치적 언사(言辭)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이미 OECD를 비롯한 주요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지표가 높지 않다는 점과 '행복'이 지극히 주관적 개념에 근거한다는 이유를 들어 실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에서도 섣불리 정책결정을 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행복'의 개념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 가치판단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종합적인 '삶의 질'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객관적인 척도를 개발하면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즉 객관적인 행복지수를 주관적 행복지수와 동시에 발표하는 것도 적극적인 국정운영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이 2만 2708달러에 이르렀고, 인구규모도 5000만명을 초과하여 전 세계 7개국뿐인 이른바 20-50클럽에 포함되었고, 특히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8%로 정점에 이른 후 2012년 71.3%로 저하하였지만, OECD 국가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객관적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부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소득수준, 사회발전수준에 비해 국민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나아가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시대적 국정철학이 될 수 있다.
즉 지난 날 베이비부머 세대가 소유지향적인 직장과 가정을 이루는데 삶의 목적을 두었다면, 물질적 풍요시대의 주체로 살아가는 현 세대들은 존재지향적인 직장과 가정을 통하여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데 삶의 지향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희망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될 수 있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1976)』에서 소유지향적인 삶은 소비에 편향된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고, 존재지향적인 삶은 긍정적인 자신의 존재가치와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데에서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국민행복시대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시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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