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시약이 납품되는 사실을 눈감아주고 납품업체로부터 건네받은 신용카드로 명품가방과 보석 등을 구입해 사실상 국가의 연구비가 사치품 구매에 쓰인 것이다.
대전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이정호)는 2일 시약 납품과정에서 납품업체 선정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국립보건연구원 소속 연구원들과 뇌물비용 보전을 위해 가짜시약을 납품해 대금을 가로챈 납품업체 관계자 등 모두 8명을 입건해 이 중 4명은 구속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계약직 여성연구원인 A(31)씨와 B(29)씨는 사기와 특가법(뇌물) 혐의가 적용돼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시약 납품업체 대표 E(39)씨와 공모해 201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납품업체가 가짜시약을 납품했음에도 실제시약을 납품한 것처럼 속여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시약대금 명목으로 합계 4억9000만원 편취했다. A씨는 E씨로부터 현금과 신용카드 등 합계 3억원, B씨는 1억원을 받았다.
A씨와 인척인 보건연구관(5급 상당) C(40)씨는 뇌물수수와 업무상 배임, 사기, 조세범처벌법 등 네 가지 혐의로 구속됐다.
C씨는 2008년부터 1년 동안 납품업체 대표 F(39)로부터 1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모두 9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또 납품업체 직원 H(37)씨와 시약을 납품받지 않았음에도 받은 것처럼 속이는 등 합계 4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특히, C씨는 노로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제조업체로부터 42만원에 직접 납품받을 수 있음에도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110만원에 납품하게 해 키트 한 개에 68만원씩 모두 1억9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질병관리본부에 입혔다.
이정호 특수부장은 “경쟁 입찰 절차를 무시한 시약 구매 관행, 납품과정에서의 실질적인 검수기능 부재 등 국립보건연구원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확인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강력한 단속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희진·충북=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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