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호남권 인구는 525만 307명으로 충청권 524만 188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호남권은 인구 감소추세인 반면 충청권은 꾸준한 인구 증가세로 충청과 호남간 인구수가 역전됐다. 충청권은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이후 줄곧 호남권 인구를 추월하지 못했다. 첫 인구조사때인 1925년 호남에는 352만여명이었지만 충청권은 212만여명에 불과했다. 해방 직전인 1944년에도 호남권은 434만여명이었고 충청권은 261만여명에 그쳤다.
충청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작년 7월 출범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로 정부부처가 이전해 오면서 인구유입이 뒤따르고 그동안 정부가 펼쳐 온 수도권 규제정책 효과로 상당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으로 옮겨온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역별로 사람 수를 따져보는 게 생뚱맞을 수 있지만 충청과 호남의 인구를 조명한 건 다른 게 아니다. 인구변화가 정치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유권자 수는 충청이 410만 여명, 호남은 412만 여명으로 2만여명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다음 대선에선 충청이 호남의 유권자 수를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인구 분포는 선거구 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유권자 수에서 충청은 호남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돼 선거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이다. 벌써부터 충청지역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수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 힘은 뭐라 해도 국회의원 수에서 나온다.
2012년 19대 총선때 호남권은 30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구체적으로 광주 8명, 전남 11명, 전북 11명이다. 반면 충청권 지역구 국회의원은 대전 6명, 세종 1명, 충남 10명, 충북 8명 등 25명을 선출했다. 충청과 호남의 인구수가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수는 충청이 호남보다 5명이나 적다. 한마디로 충청권은 인구 덩치에 맞지 않게 국회의원 수에서 열세를 보여 왔다. 그렇다 보니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힘도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국내 정치지형은 전국 출신들이 다양하게 모여사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인구수가 많은'영남 대 호남'의 구도로 짜여져 왔다. 영ㆍ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고향인 영호남에서 싹쓸이식 지원을 받아 역대 정권을 창출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여당과 제 1야당의 위상을 차지해 왔다. 싹쓸이로 뭉쳐진 힘은 집권여당과 정부를 압박하는 무기가 돼 정부예산과 국책사업 지역유치에 기여해 오고 있다. 영ㆍ호남은 지난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충청과 강원 등에 비해 이런 혜택을 많이 받아왔다.
정책과 예산배분 과정에서 명분없는 정치적 고려는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또 지역간 갈등 유발과 예산집행의 비효율성 등을 초래한다. 그런 점을 정치인과 관료집단들은 잘 알면서도 갑을관계로 그렇게 해 왔다. 유권자들도 그 맛에 길들여 졌다. 그래서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 권리행사때 냉철함을 잃고 지역주의 색채가 배어있는 투표행태로 특정 정당에 몰표를 몰아주곤 했다.
지역기반 정당은 정치발전에 필요하지만 지역주의에 빠진 유권자들이 지역기반 정당에 보여주는 '묻지마 식' 투표행태는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 선정과 예산배분 과정에서 명분없는 정치적 고려는 피해자를 양산한다. 정치적 힘이 약한 충청과 강원 등의 주민들은 그래서 소외감을 느껴왔다. 인구수 만큼이라도 충청이 대접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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