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충청인구 늘어나면 푸대접 없어질까?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덕기]충청인구 늘어나면 푸대접 없어질까?

[중도시평]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7-02 16:43
  • 신문게재 2013-07-03 20면
  • 김덕기 편집부국장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충청권 인구가 건국 이후 최초로 호남권 인구를 앞질렀다는 소식이다. 지난 5월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북의 충청권 인구가 525만 136명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같은기간 광주시와 전남·북의 호남권 인구 524만 9728명과 비교해 408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호남권 인구는 525만 307명으로 충청권 524만 188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호남권은 인구 감소추세인 반면 충청권은 꾸준한 인구 증가세로 충청과 호남간 인구수가 역전됐다. 충청권은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이후 줄곧 호남권 인구를 추월하지 못했다. 첫 인구조사때인 1925년 호남에는 352만여명이었지만 충청권은 212만여명에 불과했다. 해방 직전인 1944년에도 호남권은 434만여명이었고 충청권은 261만여명에 그쳤다.

충청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작년 7월 출범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로 정부부처가 이전해 오면서 인구유입이 뒤따르고 그동안 정부가 펼쳐 온 수도권 규제정책 효과로 상당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으로 옮겨온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역별로 사람 수를 따져보는 게 생뚱맞을 수 있지만 충청과 호남의 인구를 조명한 건 다른 게 아니다. 인구변화가 정치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유권자 수는 충청이 410만 여명, 호남은 412만 여명으로 2만여명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다음 대선에선 충청이 호남의 유권자 수를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인구 분포는 선거구 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유권자 수에서 충청은 호남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돼 선거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이다. 벌써부터 충청지역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수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 힘은 뭐라 해도 국회의원 수에서 나온다.

2012년 19대 총선때 호남권은 30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구체적으로 광주 8명, 전남 11명, 전북 11명이다. 반면 충청권 지역구 국회의원은 대전 6명, 세종 1명, 충남 10명, 충북 8명 등 25명을 선출했다. 충청과 호남의 인구수가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수는 충청이 호남보다 5명이나 적다. 한마디로 충청권은 인구 덩치에 맞지 않게 국회의원 수에서 열세를 보여 왔다. 그렇다 보니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힘도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국내 정치지형은 전국 출신들이 다양하게 모여사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인구수가 많은'영남 대 호남'의 구도로 짜여져 왔다. 영ㆍ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고향인 영호남에서 싹쓸이식 지원을 받아 역대 정권을 창출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여당과 제 1야당의 위상을 차지해 왔다. 싹쓸이로 뭉쳐진 힘은 집권여당과 정부를 압박하는 무기가 돼 정부예산과 국책사업 지역유치에 기여해 오고 있다. 영ㆍ호남은 지난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충청과 강원 등에 비해 이런 혜택을 많이 받아왔다.

정책과 예산배분 과정에서 명분없는 정치적 고려는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또 지역간 갈등 유발과 예산집행의 비효율성 등을 초래한다. 그런 점을 정치인과 관료집단들은 잘 알면서도 갑을관계로 그렇게 해 왔다. 유권자들도 그 맛에 길들여 졌다. 그래서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 권리행사때 냉철함을 잃고 지역주의 색채가 배어있는 투표행태로 특정 정당에 몰표를 몰아주곤 했다.

지역기반 정당은 정치발전에 필요하지만 지역주의에 빠진 유권자들이 지역기반 정당에 보여주는 '묻지마 식' 투표행태는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 선정과 예산배분 과정에서 명분없는 정치적 고려는 피해자를 양산한다. 정치적 힘이 약한 충청과 강원 등의 주민들은 그래서 소외감을 느껴왔다. 인구수 만큼이라도 충청이 대접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