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도 마찬가지다. 구구단은 수학의 주춧돌이다. 수학은 이공학 언어라 한다. 인문학이든 이공학이든 그 바탕이 되는 언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바탕에 천자문과 구구단이 있었다. 천자문에는 우주가 있고, 역사가 있고, 철학과 예술, 문학적 상상력이 숨 쉬고 있다. 구구단에는 수학이 있고, 과학이 있고, 무한한 창의력이 깃들어 있다. 그런 만큼 천자문과 구구단은 생활과 함께하는 언어였다. 생활 속의 여느 노래처럼 항상 장난으로라도 흥얼거리곤 하였다.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라든지 “이일은 이, 이이는 사…, 칠칠이 뼁끼칠, 팔팔이 곰배팔….”
인문학과 이공학의 바탕이 되는 언어를 끊임없이 되뇌면서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져 갔다. 심지어는 천자문이나 구구단을 시험해보는 호랑이 선생님 앞에서도 가마솥에 누룽지, 칠칠이 뼁끼칠을 찾다가 박장대소하는 친구들 앞에서 무안하여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이던 일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무섭던 호랑이 선생님께서도 빙그레 웃으시면서 커가는 제자들의 모습에 흐뭇해하시곤 하였다. 국어 시간이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낱말 뜻을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국어 숙제의 대부분은 낱말 뜻을 찾아 외우는 일이었다. 열심히 숙제한 친구들은 “○○ 낱말 뜻을 아는 사람?”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기도 전에 사방에서 한 손을 번쩍 들면서 “저요! 저요!” 합창을 해대고, 어떤 친구는 양손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면서 발표에 열을 올리던 기억 또한 새롭다. 천자문과 구구단, 낱말 뜻풀이에 깃든 무한한 잠재력을 다시금 일깨웠으면 좋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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