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논산 노성초 교사 |
“아니야! 달팽이는 암수 한 몸이어서 혼자 알을 낳아!”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키 작고 다부진 희섭이와 덩치 좋은 수다쟁이 창준이가 얼굴이 벌개진 채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고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큰 소리 치는 두 아이 옆 책상에는 싱싱한 초록빛의 풀잎과 자그마한 달팽이가 놓여 있었다. 아침에 학교에 오며 잡아온 달팽이를 가지고 놀다가 말다툼이 벌어진 모양이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또순이 다은이가 “도서관에 가서 달팽이가 어떻게 알을 낳는지 찾아보자”라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두들 다은이의 의견이 마음에 들었는지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교실을 나서며 선생님과 마주치고는 언제 다투었냐는 듯 해맑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그후 아침 바깥놀이가 끝나고 1교시 국어 수업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 책상 위에 교과서와 공책 외에 또 다른 것들이 올라와 있었다. 아침에 서로 말다툼을 하게 만든 달팽이다. 친구들이 달팽이를 잡아와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너도 나도 호기심이 생겨 잡아 온 모양이다. 그 다음날부터 교실 사물함과 책상 위에 자그마한 달팽이 사육 상자가 놓여지고, 아이들은 많이 바빠졌다. 좀 더 멋진 달팽이집을 꾸며주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기도 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틈만 나면 함께 밖에 나가 싱싱한 달팽이 먹이를 구해왔다. 그리고 달팽이가 똥을 싸면 손수 치워 집을 깨끗이 해주고, 몸이 마를 새라 개수대에서 달팽이를 목욕시키는 등 달팽이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젠간 뿔테 안경을 쓴 똘똘이 기태가 수업 중 갑자기 “아야! 선생님, 손등에 상처가 났어요. 달팽이가 제 손등을 할퀴었어요”라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정말 1cm 조금 못되게 빨갛게 긁힌 상처가 눈에 띄는데, 자그마한 달팽이가 어떻게 할퀼 수 있을까 의아해하였다. 그때 지난번에 달팽이 때문에 말다툼을 했던 희섭이가 “달팽이도 이빨 있어. 풀잎 먹을 때 치설이라는 이빨로 갉아 먹는다고 책이 나왔거든!”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모두들 희섭이를 보며 “우와!” 감탄을 한다.
달팽이를 기르면서 서로 달팽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자신이 키우는 달팽이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달팽이도 챙겨주는 등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서로 딱지를 더 많이 따려고 몰두하며 경쟁을 하다가도 딱지를 많이 잃은 친구가 안쓰러워 선 듯 자신이 딴 딱지를 돌려주기도 하고, 매주 학급 신문을 연재하며 학급 관찰 식물의 자란 정도나 친구들의 생일 등 교실안의 이모저모나 퀴즈풀이, 운동 겨루기 등으로 학급 친구들에게 다양한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또 나무젓가락을 이용하여 고무줄 총을 만드느라 나무젓가락을 동나게 만들다가도 친구가 “고무줄 총 잘 만든다. 나도 하나 만들어 줘라”부탁하면 어깨 으쓱하며 멋지게 고무줄 총을 만들어 주는 등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를 하며 서로 어울리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 작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느끼고 배우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하루하루 많이 배우고 반성하며 생활한다. 아직은 울퉁불퉁 다듬어지지 않은 3학년 2반의 열다섯 콩알이들!
울퉁불퉁 모난 부분을 하나하나 깎아 작게 다듬기보다, 울퉁불퉁 모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 세상 속에서 좀 더 큰 모습으로 둥글게 살아가도록 해주는 교사이고 싶다. 3학년 2반의 꼬투리 속에서 생각과 꿈, 실력을 키우는 열다섯 콩알이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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