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에 30명 안팎인 학생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수업 시간에 책상 위에 쓰러져 잠을 잔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같은 제자들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다.
A씨는 “자는 학생을 깨우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선생님이 부지기수라고 하는 데 너무 어이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선 고교 수업 시간 중 갖가지 파행이 심각하다. 수업 시간 중 잠을 자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수업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의 책을 펴 놓는 학생도 많다. 이런 상황은 비단 특정 학교에 국한하지 않는다.
실제 본보 취재진이 대전 시내 일반고 수 곳을 확인한 결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교실 창문 너머로 잠을 자는 학생들과 이에 신경 쓰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이 목격됐다.
간혹 자는 학생 등을 두드리며 깨우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관심으로 자기 '할 일'만 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했는데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많아서다. 이같은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 기초가 부족한 탓에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 지금부터 '열공'을 해도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것도 이같은 부작용이 되풀이되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시험 과목을 개인별로 선택하는 수능 제도 영향도 크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과목의 경우 학교 수업이 필요 없다고 느끼고 있다.
예컨대 언어 수리 외국어 가운데 대학별로 두 가지 과목 성적만 반영하는 곳이 있고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두는 곳도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과목 수업에선 아예 잠을 자거나 다른 과목 공부를 하기 일쑤다.
10여 개 과목 가운데 2과목만 택하는 '사탐', '과탐' 과목과 제2외국어 수업의 현실은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
일선 고교의 한 교사는 “대전에서 실력 좋기로 유명한 독일어 교사가 학생들이 수능에서 독일어를 선택하지 않는 데도 정규 수업 시간에 수업을 열심히 했다”며 “이에 대해 학부모 항의가 들어왔고 결국에는 교사로서 자괴감을 느낀 나머지 명예퇴직 했다”며 일화를 설명했다.
다른 교사는 “현행 입시제도에 개선이 있지 않고서는 각 고교에서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파행은 지속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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