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전 들르는 카페가 있다. 조금은 느린 손놀림의 직원들, 커피를 내리는 정성만큼은 여느 바리스타와 다르지 않다. 아주 가끔은 컵을 깨는일도 있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실수보단 '최선'이란 단어가 먼저 읽혀진다.
단골 카페인 대전시 건강카페 2호점.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은 조금은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바로 대전시가 장애인 일자리창출을 위해 2011년 도입한 시책으로, 벌써 12호점까지 성장중이다. 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는데, 부산시 '카페C', 광주시 '이룸 카페', 충북도청 '꿈드래 카페', 인천 부평구 '나비북 카페', 충남도청 '희망카페' 등이 대전을 모델로 운영중이라고 한다.
이 건강카페가 단순히 자활사업의 일환으로만 접근했다면 이렇게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무한 경쟁사회에서 말이다. 저렴한 가격에 퀄리티 높은 품질, 건강카페의 경쟁력은 곧 그들의 꿈의 크기였을 것이다.
대전시는 '건강카페'의 가능성에 힘을 얻어 발달장애인과 장애인 부모 등으로 구성된 '연리지 장애인가족협동조합'의 '건강세차장' 사업도 도왔다. '건강세차장'은 일본, 미국, 중국에서 특허·의장등록을 받은 첨단장비로 무장, 현재 야무지게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결실도 달콤했다. 지난달 1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민선5기 광역자치단체장 장애인공약 이행평가에서 대전시가 특·광역시중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것. 그러나 장애인 문제는 지자체만 잘해서 되는일이 아닌 지역사회의 어울림이 필요하다.
유성구 하기동에 추진중이었던 중증장애인시설이 지난 4월 착공식 이후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다. 재추진 소식이 들리지만 역시나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건강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건강세차장을 이용하지만 내 동네 장애인시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애인과의 소통은 공감하면서 현실은 '집단이기'가 되고만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장애인 문제에선 왜이렇게 해법의 간극이 크기만 한걸까.
쉽지않은 일임을 안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짐을 느끼고, 내일의 기대가 있기에 희망을 걸어본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시각장애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뉴스를 보고, 지적장애인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게 될줄을….
희망전도사 '닉 부이치치'는 말한다. “세상에 완벽한 나무나 꽃이 있나요? 우리는 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라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다름이 서로서로 어울리는 아름다운 대전을 기대해본다.
연선우·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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