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점을 누르며 진찰하는 모습. |
얼마전 30대 중반의 여성이 온몸의 통증과 손마디가 아프고 붓는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통증으로 인해 잠을 잘 못 이룰 때가 많았고 이상한 꿈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증상은 더 심해졌다. 여러 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를 시행해 보았지만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별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최근 우연히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자신의 증상이 류머티스관절염의 증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류머티스내과를 찾게 됐다. 의사가 여기저기 온 몸의 부위를 손으로 눌러보고 그간의 증상과 경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섬유근통증후군'이라는 다소 생소한 질환으로 진단 받았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60대 여성의 경우 10명중 1명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섬유근통증후군에 대해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청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 정청일 건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발병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육체적인 외상, 세균감염, 스트레스와 갑상선질환 등의 내분비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통증과 같은 감각을 느끼는 말초신경과 감각신호가 처리되는 척수와 뇌를 포함하는 중추신경계내에서 이루어지는 통증감각의 처리과정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며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서 같은 통증 자극에 대해서도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우울증도 동반하는 통증=환자는 지속적이고 활동후에 악화되는 온몸의 통증과 뻣뻣함을 호소하는데 관절의 통증이 있다고 말하지만 진찰을 해보면 관절염의 소견은 없고 온몸 근육의 특정부위인 통점(누르면 과도한 통증을 느끼는 지점)을 누르면 상당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많은 환자에서 수면장애가 관찰되는데 8~10시간 동안 충분히 자고 난 후에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한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삶의 의욕이 저하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지속되는 통증때문에 우울증의 경향이 높아지는데 60%의 환자가 적어도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과적인 장애가 섬유근통증후군의 발생의 원인인지 아니면 만성통증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사고 등에 의한 외상,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감기와 폐렴과 같은 세균감염 이후에 발생하거나 악화되고, 일부 근육의 통증이 특징인 근막통증후군과 같은 국소통증에서 발전하기도 한다. 또한 류머티스관절염,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 루푸스, 쇼그렌 증후군, 단순 요통 등에 동반되기도 한다.
진단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전신의 통증과 함께 특징적인 18군데의 압통점 중에서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11군데 이상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 전형적인 섬유근통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한 류머티스내과 전문의와 증상에 대한 질문화 진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처럼 혈액검사 등의 방법으로 진단을 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치료는 어떻게?=치료는 환자에게 질환의 특징과 경과를 충분히 알려 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걷기 달리기 등의 운동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과도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찾아야 한다. 통증의 치료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 우울증치료제 등을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마취제나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이용한 통점에 대한 주사치료를 병행한다.
스테로이드 주사의 경우는 남용하거나 오용할 경우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처방받아야 한다.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수면에 효과를 가지는 우울증치료제나 단기간 사용할 목적으로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흔히 대인관계나 금전적인 문제, 본인의 건강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가진 경우가 많고 자살에 대한 생각, 정신병, 감정조절의 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경우가 있으므로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도 하다. 갑상선기능의 이상과 폐경증상과 같은 내분비 장애가 있는 경우 통증과 피로감이 상승하므로 이에 대해서도 확인을 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섬유근통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수년 간에 걸쳐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만성통증과 피로로 인해 환자의 활동력은 떨어지고 더 많은 휴식을 필요로 하게 된다. 직업활동이나 여가생활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치료의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소량의 약물이나 질환에 대한 설명만으로 상당히 호전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여러 약물의 병용과 심지어 신경정신과전문의의 상담을 통해도 반응이 적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정청일 교수는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고 자신에게 맞는 악물의 조합을 찾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도 해서 상당부분 인내심이 필요하고 치료자에 대한 믿음 또한 필요하다”며 “증상을 악화시킨 주변의 상황이나 심리적인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 증상의 호전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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