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현황으로 보건대 지방공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세종과 제주를 뺀 전국 15개 광역단체별 공기업 상당수가 그렇다. 대전과 충남의 지방공기업은 각각 1조원, 2조원 안팎의 빚을 떠안고 있다. 충북은 1조2000억원 정도다. 충청권은 인천과 경기, 부산보다야 사정이 좀 낫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특히 도시(개발)공사와 지역개발기금과 같은 부채 비율을 주시해봐야 하겠다.
부채 증가의 원인은 복합적이나 한마디로 압축해 '방만한 경영'에 있다. 타당성 검토 없이 개발사업에 뛰어들다 유동성의 늪에 빠진 것이 정해진 코스이다시피 했다. 지방공기업이 직접 개발하는 방식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무관리계획도 새로 세워야겠지만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지방공기업부터 특별관리해야 할 것이다. 지역 사업 재원을 공사채 발행에 의존하는 방식은 대폭 개선해야 한다. 지방공사채 발행 한도를 순자산의 3배 밑으로 축소하는 한편 지방재정 투명성 강화, 이를 위한 부채 등 관련 정보 공개는 필수다.
지자체는 연평균 무려 20%씩 빚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비효율 사업 정리에 때로는 과감해야 할 것이다. 도시개발공사 빚이 필두로 꼽히지만, 전체 7개 지하철(도시철도)에 투입된 지자체 예산도 9조원에 이르러 만만찮다. 지자체 자체 수입 대비 지방공기업 부채 규모가 급증한 5년간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하락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라 전체로는 일반정부에 공기업을 더한 공공부문 부채가 900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72조5000억원으로 집계된 지방공기업 빚은 지방뿐 아니라 국가 재정의 부실을 부를 위험인자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거나 국민 세금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직접 관리할 상황이다. 부채감축 목표제 등 중장기 채무관리계획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가 그만큼 다급해졌다. 지방공기업 부채가 사실상 숨은 국가부채라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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