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익환 KISTI 전문연구위원·국제로타리3680지구 총재 |
여름이 가까워진 요즘, 실내 및 사무실에서 에어컨 사용은 제한되고 습도가 높으니 시민들은 짜증이 난다. 시민들은 아마도 원전 비리 때문에, 아니 원자력마피아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원전 1기가 중단되면 약 100만kW의 발전을 할 수 없는데 에어컨 100만대를 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부품의 불량가능성이 불러온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꺼번에 몇 기의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국가의 전력공급은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영향은 수출지향국인 우리나라에, 나아가 국가 산업발달과 제품생산에 큰 차질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관련사건은 철저히 파헤쳐 관계자를 엄단하겠다는 것이고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발전회사와 부품 및 기기 공급회사와의 관계에서 뇌물이 오갈 수 있는 사슬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말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틈새가 있어 또 다른 차원의 비리가 발생해 온 과거경험을 갖고 있어 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우리 사회의 국민의식과 인성교육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판단해 본다. 근본은 불의에 대한 정의로움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비리문제는 오직 원자력산업계에서만 있는 얘기일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고 국가 경쟁력이 세계 10권에 진입하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40위권이라는 것이 말해주듯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패가 있다는 얘기다. 장·차관하던 분이 쇠고랑을 차고 국회의원이 뇌물로 감옥에 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는데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는 법에 따라 처리하고 구속하여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되지만 안전과 직결된 원자력은 이를 조금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차이다. 그래서 더욱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르는 것이다. 어떻든 이번 기회를 통해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조직의 관리를 한층 강화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정직하고 진실한 사회로 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조사와 그에 대한 대책이 우선하겠지만 또 한편 한국 원자력의 장래가 궁금하다. 어느 조직이건 1~2%의 불순한 세력이 문제가 되어 그 조직을 어렵게 함을 우리는 경험에서 알고 있다. 즉, 98~99% 등 다수의 건전한 원자력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혹시나 이로 인한 사기저하에 따라 조직이 와해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원자력의 역할이 여전히 한국의 주력 전력원이며 에너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혜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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