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기]민주시민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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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기]민주시민의 자세

[세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13-06-27 14:23
  • 신문게재 2013-06-28 21면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소시민인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약속을 하고, 스스로 처한 위치에 맞는 역할을 인식한다. 약속을 지키고, 역할을 다하려고 대부분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대부분 하지도 않지만, 지키기 어려울 약속이더라도 지키고자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민초인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자 태도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약속을 하면서도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정치인이고, 이들이 소속된 정당이 바로 그들이다. 또 스스로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행동하는 집단은 권력기관이다. 임기에 따라 보통 4년마다 약속을 하고, 때로는 5년에 한 번씩 약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정치인과 정당의 약속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냉소적으로 바뀌어만 간다.

각설하고, 지난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국정을 운영한 지 네 달이 지나고 있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지난 이명박 정부와는 확실하게 다른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대통령 취임 이전의 당선자 시절에도 경제민주화 등과 관련한 일부 공약의 축소, 또는 포기로 읽힐 수 있는 당선자나 인수위원회 관계자의 발언이 있어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전 지역만 보더라도 대통령 후보였을 당시, 박 대통령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논란을 불식시키려고 부지매입비의 국비지원을 통해 정상추진을 약속했다.

같은 시기, 여당도 같은 입장을 약속했으며, 결국 충청권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자.

후보에서 대통령이 된 지금, 과학벨트 정상추진은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약속이 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한낱 허공 속의 메아리보다도 못한 약속을 국민을 상대로 했던 것이다.

또한,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바로 수사에 돌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수사를 통해 당시 국가정보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이 드러났고, 당시 경찰청장은 수사 축소를 지시했음이 드러났다. 국익을 도모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더불어 공권력이라고 불리는 경찰이 중차대할 수도 있는 사건의 수사결과를 의도적으로 축소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국가정보원, 경찰 누구도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NLL과 관련한 남북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함으로써 대선과정의 여론조작사건을 물타기 하면서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 여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로, 국가정보원은 국익을 위한 정보수집기관으로, 경찰은 공명정대한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이 있고,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다하지 못했으며, 맡긴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면서 지금과 같은 논란과 갈등,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국민을 생각하는 곳은 어느 한 곳도 없다. 더욱이 누구 한 사람, 어느 기관 한 곳에서도 배신당한 주권자인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는 오늘의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희생을 감내했다. 하지만, 약속과 역할에 맞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집단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졌다. 혼란의 원인은 민주주의 확장보다 경제성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 우리의 잘못일 수 있다. 지난 군사정권 시설 정권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기관의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클 수 있다.

반성해야 한다. 오늘의 이 혼란을 극복하려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우리는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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