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한국과학기술정보硏 슈퍼컴퓨팅연구소 책임연구원 |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보편적으로 자본과 인력 및 기술개발 장비 등에 있어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독일 헤르만 지몬 교수는 중소기업의 본질적 특성(적은 인력 및 작은 조직)으로 인해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작은 몸집'이 있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다면 부족한 인적ㆍ물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특성에 21세기 첨단 과학기술시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ICT 기술이 결합한다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수준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제품 설계공학은 첨단 ICT 기술과 만나 큰 변혁을 겪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와 연필 그리고 종이 등으로 제품을 설계했던 제품 설계 단계는 컴퓨터를 활용해 제품의 기하모델링, 부품도, 조립도, 취급설명서 등을 일목요연하게 기술, 과거보다 높은 생산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ICT 기술은 또한 공학 부문에 컴퓨터를 적용해 설계 생성, 수정, 해석 및 최적설계 등을 수치적으로 수행(일명 CAE, Computer Aided Engineering), 설계 비용 절감은 물론 반복적 실험에 의존했던 과거의 저효율·고비용의 제품 설계 및 공학에 혁신적 진보를 가져다주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자들의 전유물을 넘어 대부분 산업분야에도 활용 가능한 범용성이 있는 장비다. 산업체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했을 때,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로는 제품설계 시간 및 비용의 대폭적 단축 내지는 절감을 40~60%까지 가져온다. 또 고정밀·대용량 계산이 가능함에 따라 제품 설계의 신뢰도 향상 및 물리적 실험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는 직접적 효과일 뿐, 2차적 경제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2007년부터 2013년 6월 현재까지 KISTI는 약 200여 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슈퍼컴퓨팅 및 공학해석에 대한 기술지원을 해, 중소기업이 약 1406억 원의 매출증대 효과와 548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본, 인력, 장비 등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제품 생산 전체 생산비용의 80%를 결정하는 제품 설계 단계 비용을 줄이고자 CAE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활발하고 효과적인 CAE 활성화 방안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설계기술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 이를 위한 전문 교육체제가 시급히 확립돼야 한다. 국가는 중소기업의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식 심화 교육 및 재교육을 상시 가동할 수 있는 일명 '국가 설계기술교육센터' 구축을 추진해 인력난에 심화된 중소기업에 전문 설계인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제품설계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서는 산ㆍ학ㆍ연 협력 체제로 제품-고급인력-첨단장비의 연계와 공동활용체제를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중소기업이 슈퍼컴퓨터와 같은 연구장비를 쉽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환경이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인 관심과 지원으로 구축돼 중소기업 기술개발에 적용될 때 CAE의 효과를 국내 약 30만 개의 제조 중소기업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 사회 구현을 앞장서는 중소기업 슈퍼컴퓨팅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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